이집트 무르시, 집권 1년만에 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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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무르시, 집권 1년만에 실각…전국 곳곳서 환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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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군 수장이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한다고 방송에서 발표하고 있다.(AP=연합뉴스)

이집트 군부, 헌법 효력 정지…대통령 새로 선출

임시 대통령에 헌법재판소장 임명…무르시 지지자는 “쿠데타·군부 통치 반대”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집트의 이슬람주의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가 집권 1년만에 권좌에서 내려왔다.

과거 30년간 이집트를 통치해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2011년 시민 혁명에 쫓겨난데 이어 무르시 대통령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군부의 저항을 받은 끝에 축출당했다.

이집트 군부는 3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을 축출하고 조기에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압델 파타 엘 시시 이집트 국방장관은 이날 오후 9시께(현지시간) 국영TV 생방송에서 무르시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이집트 국민과 군부의 퇴진 압박에도 사임을 거부해온 무르시는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약 1년만에 대통령직을 잃게 됐다.

엘 시시 장관은 이어 현행 헌법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새로운 내각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헌법재판소 소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임명했다고 전했다.

엘 시시 장관은 정치 일정이 담긴 로드맵을 설명하며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다시 치르고 국가 통합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엘 시시 장관의 발표 회견장에는 범야권 그룹 구국전선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이집트 최고 종교 기관 알 아즈하르의 수장인 아흐메드 알 타이예브 대(大) 이맘, 이집트 콥트교의 교황 타와드로스 2세 등이 참석했다.

엘바라데이는 “군부의 로드맵은 2011년 시민혁명의 연속”이라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엘 시시의 발표가 나오자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과 대통령궁 주변에 운집한 수십만명은 축포를 쏘고 환호를 질렀다.

카이로 시내 곳곳에서는 시민이 차량 경적을 울리며 군부의 개입을 환영했다.

그러나 카이로 나스르시티의 무르시 지지 집회 참가자들은 “군부 통치 반대”를 외쳤다.

무르시 집회 참가자 다수는 당혹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집회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앞서 이집트군은 이날 무르시와 그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 일부 지도부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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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AP=연합뉴스DB)

이집트 공항 당국도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 의장 모함메드 바디에, 부의장 카이라트 알 샤테르에 대해 외국으로 출국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의 최고위 간부 일부는 2011년 시민혁명 기간 교도소에서 탈옥한 혐의 등으로 출국 금지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집트 군부가 제시한 ’48시간’ 최후통첩 시한이 지난 가운데 무르시가 현재 가택 연금 상태에 있다고 알 하야트 TV 채널이 보도했다.

다른 현지 언론은 이집트 군인들이 무르시를 대통령궁에서 카이로 인근의 공군기지로 이송했다고 전했다.

이집트군은 또 무르시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카이로 나스르시티와 카이로대 주변과 주요 국가 시설에는 군 탱크와 병력을 배치했다.

군 관계자는 “이집트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폭력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탱크와 병력을 배치했다”고 일간 알 아흐람에 말했다.

이집트군은 엘 시시 장관의 발표에 앞서 카이로 시내 국영방송사를 포위하고 출입을 통제했다.

이런 가운데 무르시의 안보 보좌관 에삼 알 하다드는 “이집트가 군사 쿠데타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 시대에 어떠한 군사 쿠데타도 엄청난 유혈 참사 없이 민중의 힘에 맞서 성공할 수 없다”며 “이 글이 페이지에 올릴 수 있는 마지막이 될 지 모른다”고 전했다.

무르시는 군부의 최후통첩 마감 시간인 이날 오후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또다시 피력하며 연립정부 구성과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

앞서 이집트 군부는 무르시 정권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군부는 지난 1일 “48시간 내 혼란을 해결하라”고 경고를 한 데 이어 이날 오전에는 “테러리스트와 폭도들에 맞서 피를 흘릴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야권과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타마로드'(반란)는 무르시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달 30일 카이로 민주화 상징 타흐리르 광장과 대통령궁 주변에서 100만명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무르시 정권이 권력 독점에만 신경을 써 왔으며 경제 악화, 치안 부재 등 이집트 내부 문제 해결에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무르시 지지자들은 반정부 시위에 대항하고자 맞불 시위를 개최해 왔다.

이들은 무르시가 역사적인 민주 자유선거로 대통령으로 선출됐으며 부패, 경기 불황, 종교적 갈등 등 당면 현안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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