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님!
저번 주에는 약 20여명의 청년들과 함께 뭄바이에서 서너시간 떨어진 ‘로나왈라’라는 곳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로나왈라는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특히 우기에는 환상적인 절경을 자랑하지요. 외국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어떤 관광 책자에도 나오지 않은 인도의 숨은 보석입니다.
인도 대륙의 중앙에는 한반도의 열 여섯배 넓이의 광대한 ‘데칸고원’이 있습니다. 평균 해발 1000m. 마치 탁자처럼 높고 광활한 고지대입니다. 그리고 그 고원은 저희가 살고 있는 뭄바이, 푸네 등 인도 서부 해안지대의 평지에서 칼로 자르듯 끝나버립니다. 항상 올려다 보이는 저 절벽 위에 수억의 인도인들이 살고 있으며, 거대한 마을과 도시들, 주들, 심지어 사막까지 있는 것입니다.
우기가 되면, 매일같이 아라비아 해로부터 몰려오는 먹구름들이 벽처럼 솟아 오른 절벽을 강타하며 시원한 폭우를 쏟아냅니다. 또한 고원에서 넘쳐흐르던 몬순의 빗물들은 절벽에 닿는 데로 폭포가 됩니다. 마치 세례 받는 이의 머리에서 성수가 흘러내리듯, 수없이 많은 이름 없는 폭포들이 병풍 같은 절벽에서 떨어집니다.
이렇게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운 광경은 기차로 몇 시간을 가도 계속됩니다.
그리고 그 절경의 절정에, ‘로나왈라’가 있습니다.
저희 마히마 교회에서는 1년에 한번 씩 이곳에
가서 세례식을 거행합니다. 저희는 만원 교외전철을 타고 한 시간, 그리고 제일 싼 로컬 기차 갈아타서 두 시간을 이동한 후, 로나왈라 역에부터 상류까지, 폭우 속을 세 시간 가량 걸었습니다.
곧 우산 따위는 배낭에 넣어버렸습니다. 폭우와 물안개에 물속을 걷는 거나 마찬가지인데다, 종종 무릎 깊이까지 흐르는 격류들도 건너야 했기 때문입니다. 입고 있던 속옷까지 젖어버리고, 배낭 속 옷들까지 물을 가득 먹어버렸습니다.(나중엔 갈아입을 수 있는 옷이 한 벌도 없었습니다.) 짐이 몇 배로 무거워지니 배낭은 군장 같고, 기타는 총 같이 느껴지더군요.(그것도 기관총) 저와 이명길 선ㄱ사는 저희도 모르게 군 시절에 부르던 군가를 흥얼거리며 발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젖고, 그렇게 피곤해도 누구 하나 불평이 없었습니다. 도리어 눈앞에 펼쳐지는 꿈결 같은 풍경들과 그토록 기다리던 세례를 받는다는 기쁨에 찬양하고 노래하며 뛰듯이 걸었습니다. 피곤을 잊기 위해 중간 중간 이런 농담도 주고 받으면서요.
“목사님, 원래 세례 받으러 가는 건 이렇게 힘든 건가요?”
“응, 너희가 워낙 죄를 많이 지어서 말이지.”
“어차피 다 젖었는데 굳이 물에 또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요?”
“이봐, 천국 공항에 도착하면 일단 입국 심사대에서 세례증서를 제출해야 된다니까.”
“-_-; 오늘 저녁까지는 살아 있어야겠군요.”
“근데 난 세례증서 말고 선교사 임명장도 있는데 그것도 제출하면 뭘 더 주시려나?”
“에이, 천국은 하나님의 은혜로 가는 건데 선교사 임명장이 무슨..”
“그래도, 천국에서 햄버거를 사면 콜라랑 감자튀김 정도는 더 주지 않을까?”
(농담은 농담일 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
그런데 재미있는 건, 우리 일행들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놀러온 수많은 현지인 관광객들이 모두 빗속에서 물속에서 환호성을 질러가며 행복해 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우리가 겨울에 눈을 즐기듯, 물이 귀한 인도인들은 여기서 물을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상류의 ‘부쉬 댐’이라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원래도 폭우에, 또 곳곳에 폭포와 시내들이 가득한데, 그곳은 댐에서 방류되는 물까지 합쳐져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인도인들이(외국인은 우리 셋 뿐) 그 위험천만한 물줄기를 맞으며 미국 인디언들처럼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밝고 신나는 관광지지만, 워낙 군중심리가 강한 인도에서는 기독교의 침례를 공개적으로 하는 건 약간 위험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발품을 팔아서 사람 눈이 그렇게 많지는 않으면서, 물살이 너무 세지 않으면서, 적당한 깊이의 장소를 찾아봐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와 형제들은 손을 잡고 들어가 원을 만들었습니다.(세례자가 혹시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그리고 수라지 목사님에 의해 수지, 뚜살, 뚜살 어머니, 제임스, 아닐, 트레자, 지뚜 이렇게 일곱 명의 세례식이 거행 되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인도에서의 첫 세례 보좌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세례를 보좌하던 생각이 났습니다. 제 그리운 마음의 고향, 한국의 옥토교회. 스테인드글라스의 빛과 아름다운 오르간 소리. 하얀 가운을 입은 아버지 원성웅 목사님. 저 역시 황송한 성의를 입고 은빛 성수대를 들고 옆에 서 있었습니다. 차분하고 경건한 목소리로 흠송되는 성삼위 하나님. 그렇게 갓난아기는 하나님의 자녀로 인이 쳐졌습니다. 그곳에는 하늘의 빛이 있었고, 가슴이 울려오는 거룩한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평안하고 포근한 모습.. 아마도 천국은 그런 곳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니 폭우와 폭포수, 방류되는 댐의 ‘많은 물소리’가 들립니다. 함께 온 청년들은 물 속에서 어깨동무로 원을 만들어, 새 전우를 맞이합니다. 모두가 성인들이고, 이 세례를 통해서 가족과 직장에서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할 지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급류에 비틀거리는 예비자에게, 수라지 목사님의 짧고 강력한 몇 마디 메시지가 주어지고, 그들은 눈물과 땀에 빗물 섞인 얼굴로 몇 번이고 아멘을 외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풍덩!”.
“이이야~~~!!!!”
환호 속에서, 한 사람이 태어납니다. 어깨를 두드리고 끌어 앉습니다. 어떤 이는 울기도 하지만, 그것을 덮어버리는 기쁨의 함성들! 어떤 이는 물 세례를 받을 때 성령 세례를 받기도 합니다. 이 환희와 기쁨 속에서, 저는 또다시 생각했습니다. 아. 천국은 이런 곳이기도 할 거야. 하나님 나라는..
우리는 하루 더 머물며 수련회 시간을 가졌고, 둘째 날에는 제가 말씀을 전했습니다.(제목은, “너희가 믿을 때에 성령을 받았느냐?)그렇게 로나왈라에 다녀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몬순으로 데칸 고원에 세례를 주셨고,
우리 성도들은 거기서 흘러넘치는 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우리 일곱명의 성도들(수지, 뚜살, 뚜살 어머니, 제임스, 아닐, 트레자, 지뚜)을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저는 7월 내내 주일 대예배 설교를 합니다. 위해서도 기도해 주세요.
다음 주에는 저희 어머니와 여동생이 방문합니다. 8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함께 사역 현장도 둘러보시고, 선ㄱ사님들과 마히마 학교 교사들, 청년 팀들에게 식사도 대접하실 예정입니다. 역시 기쁘고 순적한 일정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기도해 주시는 모든 분들의 삶에도, 동일한 기쁨과 감동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주님의 평화!
ps.
저와 인도 선ㄱ ㅅ들을 위해 기도하는 오프라인 중보기도 모임이 있습니다. (인도 비전그룹)매주 토요일 오전 열시 반에 서울 4호선 상계역(또는 7호선 중계역) 근처 옥토 감리교회에서 12년째 모이는 중입니다.
참석을 희망하시는 분은 김영수 전도사님(01064896926)이나 정덕영 목사님((01056565812)께 연락 주세요! 맛있는 점심 매주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