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유튜브에 동영상… 삼촌이 조혼 막고 당국에 신고
부모에게 떠밀려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할 뻔한 11세 예멘 소녀가 부모를 비난하는 영상을 동영상 웹사이트 유튜브에 게재했다. 이 소녀는 삼촌이 구혼자를 설득해 결혼 진행을 막은 덕분에 조혼을 면했다고 데일리메일이 22일 보도했다.
예멘에 사는 나다 알 아달은 지난 8일자로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나를 강제로 결혼시키면 죽어버리겠다”고 부모를 향해 경고했다. 비영리기구인 중동미디어연구소 이름으로 올라온 이 동영상에서 알 아달은 “(강제로 결혼한다면) 내 인생을 살지 못하고 교육도 받지 못할 것”이라며 “그들(부모)은 아무런 동정심도 없느냐”고 말했다.
알 아달은 예멘의 많은 소녀들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어린이들이 바다로 몸을 던지기로 결심했고, 죽었다”며 “(강제 조혼을 강요하는 부모들은) 우리 꿈과 우리 내면의 모든 것을 죽였다”고 말했다. 알 아달은 또 “이건 범죄”라며 “(강제 결혼을 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말했다.
8남매의 한 명이던 알 아달은 3세 때부터 삼촌과 함께 살았다. 알 아달은 또래들처럼 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소녀였다. 그러나 한 남성이 알 아달의 부모에게 ‘딸과 결혼하고 싶다’고 구혼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알 아달은 현지 언론 내셔널 예멘과의 인터뷰에서 부모가 돈을 받고 자신을 남자에게 팔아넘기려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나는 판매용 물건이 아니라 인간”이라며 “이 나이에 결혼하느니 죽겠다”고 말했다.
부모가 진행하던 결혼은 알 아달을 친자식처럼 키운 삼촌이 개입하면서 중단됐다.
삼촌 압델 살람 알 아달은 “신랑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 충격에 빠졌다”며 “조카가 결혼해서 자신의 미래를 파괴하도록 허락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삼촌은 구혼자를 설득해 결혼을 포기시켰다. 부모는 알 아달을 강제로 끌고 가서 결혼을 재추진했으나 삼촌이 다시 알 아달을 찾아낸 뒤 당국에 신고했다.
예멘에서는 15세 이전 조혼이 만연해있다. 2010년 예멘 정부 통계를 보면 예멘 여성의 4분의 1 이상이 15세 이전에 결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부가 어릴수록 남편에게 순종하고 아기도 많이 낳을 수 있다는 믿음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2010년 9월에는 12세 소녀 신부가 아기를 낳기 위해 3일간 진통하다 숨지기도 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