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사무엘 선교사 “무슬림 전도는 영적 싸움 라합 찾아내 틈새 노려야”2013.07.02 17:21
사하란푸르의 라합을 찾아서
지난 27일 경기도 분당 지구촌교회에서 만난 윤사무엘(42) 선교사는 1999년 10월부터 북인도에서 이슬람교도에게 복음을 전한다. 최근 안식년이어서 잠시 한국에 들어온 윤 선교사가 사역하는 북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인구 2억여명 가운데 약 5000만명이 이슬람교도다. 나머지는 대부분 힌두교도다.
윤 선교사는 언어 및 적응 훈련 등을 받은 뒤 2004년 갠지스강 상류에 있는 소도시 사하란푸르에서 본격적으로 사역했다. 먼저 이슬람교도들이 사는 마을 지도자를 찾아가 “병든 사람들을 위해 무료 진료를 하고 싶으니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기다려보라는 답을 들었으나 진전이 없었다. 외국인 크리스천에 대한 경계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윤 선교사는 “외국인이 드러내놓고 개종을 권하다 적발됐을 경우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을 바꿨다. 난공불락의 여리고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여호수아가 보낸 정탐꾼을 숨겨준 라합과 같은 인물을 찾기로 했다. 그해 10월 기독교에 비교적 덜 적대적인 사람들을 모아 ‘구도자 모임’을 갖고 복음을 전했다. 모임을 마무리할 때마다 윤 선교사는 “더 깊은 말씀을 듣고 싶으면 나에게 찾아오라”고 했다.
2개월여 후인 12월 22일 샤다브라는 사람이 윤 선교사를 찾아왔다. 40대 의사인 샤다브는 하나님을 알고 싶어 10년간 이슬람공동체에서 몰래 성경을 읽었다고 고백했다. 윤 선교사는 기다리던 라합을 드디어 만났다며 감사해했다. 샤다브를 통해 그는 2005년 5월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고 개척예배를 드렸다. 윤 선교사는 “1년 넘게 노력해도 안 됐는데 샤다브에게 부탁한 지 하루 만에 예배 장소를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5년 말 40명이 이곳에서 은밀하게 주일예배를 드릴 정도로 교회는 부흥했으나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이슬람교도들의 감시가 시작됐다. 이 때문에 2006년 2월부터 6개월간 숲속에서 기도모임을 갖거나 가정예배를 드렸다. 의심이 잦아들 무렵 다시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으나 이전처럼 수십명이 모이지는 못했다.
타종교권 선교는 영적 싸움
현재 윤 선교사는 대체로 가난하고 문맹률이 높은 북인도 어린이를 교육하고 복음을 전하는 데 집중한다. 현지인 청년 기독 지도자들을 세우는 데도 힘을 쏟는다. 윤 선교사는 “한 손에는 사랑, 다른 손에는 복음이라는 원리로 사역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지 크리스천들이 옷에 이름이나 무늬를 인쇄하는 작업장을 운영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조금씩이나마 돈을 벌면서 복음을 전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4명 중 2명은 그리스도인을 배치해 나머지 2명에게 하나님 말씀을 전하도록 한다. 윤 선교사가 집중적으로 복음을 전했던 현지인 리더 10여명 중 4명이 “대다수 사람이 믿지 않는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기 힘들고 특히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떠났기 때문이다.
윤 선교사는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사역하는 게 꽤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틈새를 잘 찾아 전략을 세우면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며 한국교회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인도뿐 아니라 타종교권 선교는 영적 싸움”이라며 “마치 하늘을 거대한 벽이 가로막는 것 같은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만큼 강력한 중보기도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윤 선교사는 충남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침례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 선교사로 지구촌교회 후원을 받아 사역한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