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나홀로 선교사는 정식 선교사 아니다”2013.09.03 18:33
A교회는 1990년대 초반 B선교사를 필리핀으로 파송하고 20년간 후원해 왔다. 하지만 최근 B선교사와 관계를 끊었다. B선교사가 선교 사역을 제대로 감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교비를 용도대로 쓰지 않았고 선교활동 보고서도 다른 선교사 것을 베껴 제출했다. 교회가 지원하긴 했지만 B선교사는 교단이나 선교단체에서 파송된 선교사가 아닌 이른바 ‘자칭 선교사’ ‘나홀로 선교사’였다.
최근 인도에서 발생한 자칭 선교사 최모(71)씨 성추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그의 비윤리적 행각으로 정상적인 선교사들까지 덤터기로 욕을 먹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나홀로 선교사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이 교계와 선교단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나홀로 선교사란 교단이나 단체에 속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한국교회는 검증 과정을 거쳐 훈련받고 파송단체에 소속된 경우가 아니면 선교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한정국 사무총장은 3일 “임명 절차와 훈련을 거쳐 소속 단체로부터 파송받았을 때만 선교사로 인정한다”며 “선교사 파송 기간을 정하고 재신임 절차를 통해 연장하는 것이 세계 선교계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나홀로 선교사들은 흔히 ‘독립군’ 등으로 불리는 비공식 선교사다. 본인 스스로 또는 개교회의 파송을 받아 해외로 나간다. 주로 40세 이상으로 교단이나 선교단체의 자격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다. 이들은 현지 언어·문화 훈련 등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고 파송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반면 공식 선교사는 파송 단체의 지도와 통제를 받으며 현지 선교사들과 협력한다. 이들은 후원비 역시 파송 교단이나 단체를 통해 지급받으며 정기적인 활동 보고와 의무적으로 감사를 받아야 한다.
KWMA에 따르면 2012년 현재 한국교회 파송 선교사는 2만4742명이었다. 하지만 여기엔 6000∼7000명 선으로 추정되는 나홀로 선교사들이 빠져 있다. 나홀로 선교사 가운데 다수는 선교지에 안착해 건강한 선교사로 성장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 현장 선교사들의 전언이다. 더 큰 문제는 개인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이들로 인해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사후 수습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위기관리재단 김진대 사무총장은 “의사가 되기 위해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처럼 영혼을 다루는 선교사도 합당한 자격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정국 사무총장은 “교단 등에서는 40세 이하나 안수 받은 목사라는 조건을 요구하지만 언어훈련이나 전문성 여부 등에 따라 제약 없이 정식 선교사로 파송받을 수 있는 길도 있다”며 “가능하면 이런 절차를 통해 선교사의 소명을 감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독교한국침례회는 2006년부터 5년간 필리핀의 나홀로 선교사를 모두 교단선교부로 등록시켰다. 당시 선교부는 교단 산하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선교사를) 보내기만 하고 관리·감독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고 주의를 환기시켰고 이들을 파송한 개교회를 독려해 교단 소속으로 전환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