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교로 회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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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화산 99m 보살상, 100만 스님 양성론 … 동남아 사찰도 접수

중국 구화산에 세워진 99m 높이의 지장보살상.

이달 초 중국 안후이(安徽)성 구화산에선 세계 최고 높이의 지장보살상이 일반에게 공개됐다. 좌대를 뺀 불상 높이만 99m나 된다. 미국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46m)이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39.6m)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금 도금을 하느라 황금 35㎏이 들어가는 등 제작비만 600억원 넘게 투입됐다. 이 거대한 불상을 보려고 중국 각지에서 2만 명 넘게 몰렸다.

사회주의국가인 중국에서 불교는 어느 나라 못지않게 융성한 대접을 받으며 급성장해 왔다. ‘99m 불상’은 불교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다. 중국 정부도 장쩌민(江澤民) 시대 이후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문화대혁명 때 파괴됐던 사찰도 속속 복원되고, 스님들도 이젠 원로 대접을 받고 있다. 세계불교포럼 등 국제행사도 도맡아 개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불교 지원에 적극 나서는 데에는 국내외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서양 종교인 기독교와 달리 불교는 중국의 전통 문화유산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팔리어 경전, 산스크리트어 경전, 티베트어 경전과 함께 중국어 경전이 네 가지 불교 경전으로 인정될 정도다. 원래 동북아 선(禪)불교의 종주국도 중국이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발전하는 시대상황도 한몫했다. 동국대 불교대학원장을 지낸 법산 스님은 “급속한 경제 발전과 함께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정신적 공황 상태가 초래됐다. 그래서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는 경제 성장은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이 중국 지도부에 광범위하게 확산됐고, 불교는 그 대안 중 하나로 새롭게 조명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기독교와 달리 불교는 유일신 개념이 약해 사회주의 유물사관과 공존이 가능했다. 서양 종교가 반정부 활동이나 노동운동 등과 연계돼 있다는 의구심도 중국 정부가 불교에 관심을 쏟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세계 불교계의 패권을 쥐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법산 스님은 “어차피 기독교는 미·유럽 선진국들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어서 중국은 불교를 통해 새로운 종교·문화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펼쳐 왔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현재 40만 명 안팎인 스님 숫자를 100만 명까지 늘릴 계획도 세웠다. 이른바 ‘100만 스님 양성론’이다. 

중국 국적의 스님들은 출가자가 줄어 스님 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동남아 국가에도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라오스는 물론 심지어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도 포함한다. 중국인 스님들을 후원하는 건 동남아 경제권을 장악한 화교들이다. 이들은 큰 사찰을 지은 뒤 대만에서 스님들을 초청해 왔지만, 지금은 중국 본토 출신 스님들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자원외교를 통해 아프리카 공략에 나선 중국이 동남아 지역에선 불교를 매개로 소프트파워를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거칠 게 없어 보이던 중국도 최근 고민에 빠졌다. 경제 발전으로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한자녀 정책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출가자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어서다. 법산 스님은 “출가 장려책을 강화하는 등 중국 정부와 불교계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출가자가 줄고 스님들이 고령화하는 한국 불교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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