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총회 후 더 깊은 갈등으로 들어가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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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총회 후 더 깊은 갈등으로 들어가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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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16 18:25   
복음주의 관점에서 본, ‘WCC의 타종교 입장’에 대한 비평적 고찰(5)
▲김승호 교수.

3. WCC 부산총회를 향한 기대와 제언

2009년 8월 31일 WCC 중앙위원회의 투표 결과 부산총회 유치가 확정된 후, WCC 부산총회는 한국 교계의 신학적 ‘뜨거운 감자’로 큰 이슈가 되어왔다. 부산총회(10차)는 1961년 인도의 뉴델리(New Delhi) 3차 총회 이후 52년 만에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총회다.

부산총회를 앞둔 한국교회는 신학적 입장 차이로 인해, 환영하는 진영과 총회 반대집회 및 총회 철회를 요구하는 진영으로 나뉘어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다. 총회를 준비하는 에큐메니칼 진영(예장 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성공회, 구세군한국본영,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정교회 한국대교구 등 8개 교단이 현재 WCC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은 “부산총회는 세계 교회의 축제인 동시에 한국교회의 축제로, 기독교의 올림픽이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대회를 평가하고 있지만, 예장 합동, 예장 고신, 예장 합신 등을 중심으로 한 보수 성향의 교단(교회)들은 심지어 이미 유치된 총회의 철회까지 요구하면서 WCC 신학을 비판하고 있다.

1차 총회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1948년), 2차 미국 에반스톤(1954년), 3차 인도 뉴델리(1961년), 4차 스웨덴 웁살라(1968년), 5차 케냐 나이로비(1975년), 6차 캐나다 밴쿠버(1983년), 7차 호주 캔버라(1990년), 8차 짐바브웨 하라레(1998년), 9차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2006년)에서 개최된 바 있는데 개최국 교회들이 WCC 총회가 자국에서 개최되는 것에 대해 현재 한국에서와 같은 형태의 반대 집회나 학술세미나 개최, 그리고 총회 철회를 주장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유독 WCC 총회가 한국 땅에서 개최되는 것에 한국 개신교 보수 진영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로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1959년 대한예수교장로회는 WCC 잔류 문제로 3번째 (통합과 합동으로) 분열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둘째, 반공을 국시로 하는 대한민국은 1950년 공산체제인 북한의 침략과 중공(中共)의 지원으로 전쟁이라는 뼈아픈 아픔을 경험하였다. 1차 총회부터 WCC에 참여한 중공교회(한국 동란 때 UN군이 참전한 것에 반대하여 탈퇴했다 1991년 호주 캔버라 7차 총회때 재가입), 1990년 이후 동구권 및 구소련 체제 하의 교회들이 WCC에 가입했으며,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도 WCC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함으로, 한국 보수 진영에 WCC는 공산주의를 지지하는 용공조직으로 간주된다. 셋째, 전통적으로 한국교회는 청교도 신앙을 지닌 선교사들 신앙의 영향으로, 내세 중심의 신앙적 색채를 갖고 있다. 육신, 이 세상, 그리고 현실 문제보다는 영혼, 저 세상, 초월적 영역에 비중을 두는 신앙을 가진 한국 보수 진영들에 있어 이념(이데올로기)이나 신앙(종교)을 뛰어넘어 인류 사회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표명하는 WCC의 신학은 자유주의와 실용주의로 간주되고 있다.

이제부터 필자는 부산총회를 100여일 앞두고 복음주의 입장에서 에큐메니칼 진영과 보수 진영 양측을 향해 제언을 하고자 한다. 복음주의(福音主義, Evangelicalism)는 ‘복음을 강조하는 복음주의자들의 신학적 입장’, 복음주의자(evangelical)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계시된 인간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기쁜 소식인 복음에 헌신하는 자’, 그리고 복음주의 신학(evangelical theology)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에 계시된 하나님에 초점을 둔 신학”이다.

3.1. 에큐메니칼 진영을 향한 제언

세계교회협의회 헌장(WCC Basis)에는 WCC의 정체성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WCC 헌장은 193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근교 위트레이트(Utrecht)에서 14명의 위원이 모여 초안을 작성하였다. 14명의 위원들은 ‘삶과 봉사운동’과 ‘신앙과 직제운동’에 의해 각각 임명된 7명의 위원들로 구성되었다. 2차 대전(1939-1945)으로 인해 10년을 기다린 후, 1948년에 8월 23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세계교회협의회가 출범하였다.

“세계교회협의회(WCC)란 성경을 따라 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과 구세주로 고백하는 교회들의 친교(Fellowship)이다. 그러므로 세계교회협의회는 한 분 하나님 성부, 성자, 성령의 영광을 위한 공동의 소명을 함께 성취하려고 노력한다(The New Delhi Report, ed. by Visser ‘t Hooft ,p.152).”

헌장처럼 WCC는 성경에 따라 삼위일체를 고백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과 구세주로 고백하는 교회들의 교제, 그리고 삼위의 영광을 위해 공동으로 일할 목적으로 출범하였다. 하지만 1, 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의 대재앙을 경험하며, 공산주의와 서구 자유민주주의 간의 대립,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로 양극화되는 경제 질서, 서구 세계의 3세계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착취, 독재, 차별, 비인간화(dehumanization), 부정의(不正義), 종교간 충돌 등과 같은 인간 삶의 상황에 많은 변화가 발생하면서 WCC는 서서히 교회 안의 문제를 넘어 그리고 이념과 종교를 초월하여 인류가 겪는 문제들에 대해 신앙인의 시각으로 답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였다.

WCC 신학은 구령(救靈)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인권, 여성 문제 등 인간 삶의 전 영역에 답하는 상황화(常況化. contextualization)-상황화는 1972에 신학계에 공식적으로 출현했는데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나왔다. 현재는 세계교회협의회 신학교육프로그램(Program on Theological Education)이지만, 당시에는 세계교회협의회 신학교육기금(Theological Education Fund. T.E.F.)으로 불렀던 기관의 책임자였던 대만 신학자 쇼키 코(Shoki Coe)와 부책임자 아론 삽세지안(Aaron Sapsezian)이 처음으로 상황화란 용어를 사용하였다-신학으로 나아갔다. 전통적인 신학이 게을리해왔던 영역들, 즉 인간 생존 삶의 터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을 고려하고자 하는 신학이 바로 상황화 신학이다.

‘상황화’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신학자는 대만(臺灣)인 쇼키 코(Shoki Coe)였는데 그는 상황화 신학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말씀이 육신이 됨으로써 복음은 우주적(catholicity)인 성격을 갖게 되었다. 복음의 우주성은 완전하게 우리의 것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명 또한 인간이 처한 모든 상황들에 대처해야 하며 구체적으로 응답할 필요가 있다. 상황화 작업을 위해 인간 삶의 모든 현실과 지역적 상황들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흑인 신학이 세상에 출현한 것을 우리는 기쁘게 환영해야 한다. ‘복음의 진정한 우주성(the true catholicity of the Gospel)’ 때문에 또한 황색신학(yellow theology), 그리고 해방신학(liberation theology)의 출현을 우리는 기뻐해야 한다. 세상에 색깔 없는 신학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약속한 새 하늘과 새 땅을 아름답게 하기 위하여 동원될 다양한 색깔들 하나하나는 모두 선하고 좋은 것이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할렐루야를 합창하는 소리가 하늘에서 뿐만 아니라 땅에서도 들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Ibid., 243.).”

신학, 그리고 그 실천에서 상황화는 꼭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또한 위험한 신학적 작업인데, 상황화가 과(過)할 경우 혼합주의(syncretism)로 빠질 가능성이 높고, 하나님 중심이 아니라 인간이 중심이 되는 신학이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김승호, 「선교와 상황화(서울: 도서출판 토라, 2007, 6)」).

WCC의 상황화된 신학은 시작부터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보수진영에 의해 상당한 의구심과 오해를 받아왔다. 전 숭실대 기독대학원장 김영한 교수는 WCC 신학의 변천사를 개관하며 다음과 같이 논평하였다.(국민일보 2010. 4. 26.)

“WCC는 ‘죄에서 구원’이라는 전통적 복음을 ‘가난에서의 해방’이라는 사회적 복음으로 바꾸었고, 개인적 구원을 외면해 왔다. 또한 예수가 유일한 구주라고 선포하는 것은 타종교에 대해 무례한 태도라는 애매한 기독론을 보여왔다.”

독일 튜빙겐 대학의 명예교수이자 선교신학자인 피터 바이에르하우스(Peter Beyerhaus)는 “만약 WCC가 1차 암스테르담 총회에서 정했던 세 가지의 목표를 잘 지켜왔더라면, 그리고 성경에 기초한 기독 신앙에 대한 확고한 입장 유지와 함께 사회참여라는 균형을 잘 유지했더라면 현재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고 평하였다(Donna F. G. Hailson, “Reflections on Harare 1998: Whither the World Council of Churches?”, 1).

바이에르하우스 교수는 1993년 4월 5일자 ‘Christianity Today’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했다.

“WCC는 1960년대에 들어와 논쟁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 1960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의 WCC 에큐메니칼 운동이 기독교 내 교파 간의 일치 운동이었다면 그 후의 에큐메니칼 운동은 타종교와의 적극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운동으로 나아갔다(강웅산, “WCC 의 종교다원주의적 구원론 비판,” 「WCC 신학비판」<서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WCC 대책연구위원회/총신개혁신학센터, 2010>, 53.).”

필자는 WCC 부산총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길 소망하며 10차 총회한국준비위원회에 두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교회에는 성경이 가르치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죽으면 죽으리라”는 순교자들의 피가 흐르고 있고, 그 후손들에게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로 세계교회가 부러워하는 성장을 경험했다. 순교자들은 “오직 참되시며 살아계시는 한 분 하나님”, “인간 구원의 유일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십자가를 통한 속죄”와 같은 성경의 핵심신앙을 지키다가 목숨을 잃었던 분들이다.

“한국교회는 초기부터 신앙의 선조들이 순교를 각오하고 십자가의 길을 걸었다. 생명을 걸고 성경이 가르치는 믿음을 지키는 것이 순교자로서 삶의 기본이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에게 있어서 예수를 믿는 것은 십자가를 따르는 삶을 의미했고, 십자가를 따르는 길이란 곧 믿음을 지키는 순교였으며, 그 순교의 근간에는 말씀대로 살고자 하는 열망과 온전한 순종이 있었다(한국교회순교자기념사업회 홈페이지.http://kcmma.org/board/intro.php.).”

1884년 한국 땅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후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려다 숨진 순교자 수는 장로교, 감리교, 기장, 구세군, 성결교, 침례교, 순복음교회를 포함해 약 2천6백여명에 달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인 주기철, 손양원, 이기풍, 최권능, 조만식, 박영근, 서기훈, 김유순, 도복일, 최인규, 박관준, 신석구, 남궁혁, 박봉진, 양주삼, 전덕기, 문준경, 백인숙 등이 바로 그러한 순교자들이다.

세계 교회가 닮고 싶어하고 부러워하는 교회가 있는 땅에서 개최되는 부산총회에서, WCC 신학이 ‘종교다원주의’, ‘종교혼합주의’, ‘사회복음주의’라는 오해와 의구심을 말끔히 해소시켜 주길 제언한다.

이번 부산총회를 위해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소속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제62회 총회는 총회원 이름으로 ‘WCC 부산총회에 대한 입장’을 최근 발표하였는데 “세계교회를 위해 2013년 WCC 부산총회 유치에 기여한 조용기 총재목사의 뜻을 따라 부산총회가 일부의 우려와 오해의 소지를 말끔히 씻어내고 성공적으로 치르길 희망한다. 종교다원주의를 거부하며 종교통합 및 종교혼합주의를 경계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중심, 성경 중심, 성령의 역사를 강조하는 신앙을 지켜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결의했다(기독교신문. 2013년 5월 26일자. 3면).

10차 부산총회 결과물로 나올 신학문서들 속에, 한국교회 순교자들이 성경대로 살기 위해 생명까지 내어놓은 자랑스러운 신앙이 담겨 세계교회 앞에 내어 나오길 기대한다. 그간 쌓인 WCC의 신학과 실천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섭리의 하나님께서 10차 총회를 순교자의 피로 세워진 한국교회가 있는 땅에서 개최하게 하신 것임을 기억해주길 부탁한다.

둘째, WCC의 대표적인 슬로건은 ‘다양성 속의 일치’ 혹은 ‘다양성 속의 코이노니아(교제)’이다. WCC는 ‘교파와 교리를 초월한 ‘연합과 일치’(Doctrine divides; Service unites)를 추구하고자 한다. 이형기·박성원 교수는 WCC가 “어떻게 다양성 속의 일치”를 추구하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현재 WCC 안에는 349개의 다양한 교파(교회)가 있어 지역과 교회가 처한 상황을 반영한 신학적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정통기독론(451년. 칼케돈신조)과 정통 삼위일체론(381년. 니케아-콘스탄티노플신조)을 배경으로 하는 ‘교리헌장’을 공통분모로 다양성 속의 일치, 다양성 속의 코이노니아를 추구해 왔다. 따라서 WCC는 회원교회가 가진 다양한 신학을 함께 성찰하면서도 그 다양한 신학적 사고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일치점을 항상 추구하는 온전한 신학을 지향하고 있다(WCC 마당 , 9.).”

WCC 회원교단 혹은 개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교회들 가운데는 기독 정통신조로 여겨지는 니케아 신조(325년, 삼위일체론과 기독론의 양성론이 확립), 콘스탄티노플 신조(381, 성령론이 확립), 에베소 신조(431, 어거스틴의 은총의 신학으로 구원론이 확립) 그리고 칼케돈 신조(451, 기독론이 확립)를 고백하지 않는 그룹들도 존재하는데, 이것이 에큐메니칼 운동 밖에 있는 자들이 가진 큰 수수께끼다.

기독 신앙은 목적과 방향에서는 ‘성부 하나님 중심’의 신앙이고, 계시와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 중심’의 신앙이며, 실천과 완성은 ‘성령 하나님 중심’의 신앙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데 과연 교리(신조)가 다른 자들 간의 연합과 일치가 가능한지, 그것을 통해 온전한 신학이 가능한지에 대해 보수 진영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말하는 “온전한 신학”은 과연 어떤 신학을 뜻하는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요한복음 17장에 나오는 잡히시기 전날 밤 제자들과의 만찬에서 하신 예수님의 중보기도 내용의 핵심은 “우리와 같이(성부와 성자) 저희(제자들)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11, 21절)”였다. 제자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아버지의 진리(말씀)를 통한 거룩함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17절). 즉, 요한복음 17장에서 주님이 말씀하신 하나됨의 기초, 그리고 이유는 첫째, 성부와 성자의 하나됨 때문이며 둘째, 타락한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보냄 받은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의 죽으심, 그리고 그를 영접한 자들은 한 형제 자매이기 때문이다. 제자들의 하나됨을 위한 예수님의 기도는 진리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부산총회에서 나올 신학 문서들에 성경에 기초한 성서론, 신론, 기독론, 성령론, 구원론이 애매모호한 수사학적 표현 방식이 아닌, 명쾌하고도 분명한 방식으로 담길 수 있도록 준비위원회에게 요청한다.

3.2. 보수 진영을 향한 제언

부산총회가 유치된 후 보수 진영은 총회에 대한 반대 선언과 규탄대회들을 열고 심지어 총회 철회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앞에서 필자가 든 대표적인 세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본다. 부산 총회에 이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보수진영의 정서에 대해 에큐메니칼 진영에서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양 진영이 서로에 대해 성숙한 태도를 갖지 못할 경우 총회가 끝난 후 한국교회는 더 깊은 갈등과 대치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총회는 이미 유치되었고 개시 100여일을 앞둔 현 시점에서, 보수 진영은 좀더 냉정하고 성숙한 자세를 지닐 필요가 본다. 부산총회가 역대 총회들로부터 제기된 많은 신학적 오해와 의구심을 해소시키며 성경적 신앙과 신학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보수 진영을 향해서도 두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 국내적으로 WCC 회원 교단(교회)에 속한 신학자, 선교사 그리고 목회자들 가운데 절대 다수가 ‘기독 신앙만이 하나님께 이르는 유일한 길’임을 생명을 다해 선포하고, 전하고, 가르친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비록 몸담고 있는 교단이 WCC에 가입해 있지만, 사실 종교다원주의 신학을 갖고 있는 이는 극히 일부의 신학자와 목회자이다. 물론 평신도들은 말할 것도 없다. 에큐메니칼 진영의 절대 대수는 한국교회가 전통적으로 고백해온 ‘오직 하나님’, ‘오직 예수’, ‘오직 성령’, ‘오직 성경’, ‘오직 교회’, ‘오직 하나님 영광’이라는 신앙사상으로 매일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예를 들면 10차 부산총회 대표대회장을 맡은 김삼환 목사(명성교회)와 사회와 문화영역 대회장을 맡은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의 설교와 목회 중심에는 “오직 주님”, “오직 복음”, “오직 교회”, “오직 십자가”, 그리고 “오직 하나님 영광”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외의 많은 성도들 가운데 매주 이분들의 설교를 들으며 믿음이 자라고, 교회의 충성된 일꾼으로 세워지고, 그리고 세계 선교를 위해 헌신하는 자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WCC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개인이나 교회 혹은 교단을 매도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WCC 진영의 신학자 모두가 WCC 신학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둘째, 부산총회를 앞둔 현 시점에서 한국의 보수 진영의 연합과 일치 정신은 어떤지 돌아보는 자기성찰의 시간이 되길 제언한다. 이 땅에는 현재 약 150개 이상의 장로교단이 존재하고 있고 쉴 새 없이 분열과 합병, 합병과 분열을 하고 있다. 틀림없이 한국교회 보수 진영도 요한복음 17장의, 예수님의 제자들의 하나됨을 위한 중보기도의 대상들이다.

2010년 11월 실시된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의 여론 조사에서 한국교회에 대한 대사회적 이미지가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회를 얼마나 신뢰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17.6%만이 “신뢰한다”고 답했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48.4%를 차지해, 한국인 절반 가까이가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4년 갤럽여론조사에서는 한국사회의 종교 간의 갈등의 중심에 보수 색채의 개신교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사회가 한국개신교회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점점 닫혀가는 전도의 문이 더 닫힐 위험요소가 된다. 부산총회를 앞두고 보수 진영은 신학적으로는 배타주의(유일주의)입장을 확고하게 지키되 성경에 기초한 연합과 일치, 그리고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협력사역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으며, 또한 한국 사회와의 소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제언한다.

맺는 말

WCC 10차 총회가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를 주제로 10월 31일부터 11월 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총회를 유치하고 성공적인 대회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에큐메니칼 진영을 향해서는 이번 총회가 역대 총회들이 하지 못한 ‘복음의 회복’에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한편 보수 진영은 전세계에서 참석할 수천 명의 대표단들, 그리고 방송과 언론을 통해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이 부산총회를 지켜보기 때문에 냉정하면서도 성숙한 자세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순교의 피가 흐르는 한국 땅에서 열리는 총회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대회 결과물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림의 미덕이 필요하다고 본다.

끝으로 부산총회가 연합과 일치의 정신을 발휘하여 한국교회 분열의 역사를 치유하고 화해시키는 성숙한 성총회가 되길 기대한다. <끝>

김승호 교수(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회장/한국성서대학교/선교신학)

*크리스천투데이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를 앞두고 WCC에 대한 복음주의적 비평을 시도한 김승호 교수의 논문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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