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동맹’ 사우디, 오바마 중동정책에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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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이슈를 둘러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 정리 그래픽

[시리아·이란 해법 불만… 술탄 왕자 “對美외교 중대 변화 가능성”]

–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

시아파 이란·시리아 문제에 미국이 적극 개입않자 불만, 유엔 안보리 이사국도 거부

– 다급해진 美, 진화 나서

케리, 사우디 外務와 회담… 시리아 공습 무산 이해 구해

중동 최대 산유국(産油國)으로, 지난 60년간 미국의 가장 든든한 우방이자 동맹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양국은 시리아와 이란, 이집트 문제 등 중동의 주요 쟁점마다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7일(이하 현지 시각) 자국 역사상 처음으로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임기 2년)으로 선출됐지만 다음 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사국 선출을 거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이 시리아 내전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에 실패했다’는 이유였다.

이어서 사우디 국가안보위원장인 반다르 빈 술탄(64) 왕자는 지난 20일 유럽 외교관들과 만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미(對美) 외교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축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반다르 왕자는 “이 메시지는 유엔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양국의 갈등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슬람교 다수파인 수니파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사우디는 이슬람 소수파인 시아파를 대표하는 이란을 누르고 자국이 확실한 ‘중동의 맹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미국이 도와주기를 바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아파 분파가 장악한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하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과 반군 지원을 촉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일단 외교적 접근 방식을 택했다. 이란 핵 개발에 대한 대응도 양국 불화의 요인이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주장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리 미국은 최근 이란과 화해 모드에 들어갔다.

이집트 사태를 다루는 입장도 다르다. 지난 7월 이집트 군부가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무르시 전 대통령을 쿠데타로 몰아내자 미국은 군사 원조 잠정 중단 의사를 밝혔다. 반면 사우디는 이집트 군부에 대해 50억달러(약 5조원) 규모의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걸프 왕정 국가들을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등 돌릴 경우 중동에서 미국의 입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인 사우드 알파이살(73) 왕자와 긴급 회동했다. 케리는 회동 직후 “(시리아) 공습 불발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실망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국 관계가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난해 수출액 3815억달러(약 403조원) 가운데 대미 수출 비중이 14.3%로 가장 높았다. 한 해 국방 예산이 567억달러(약 60조원)에 이르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산(産) 무기의 최대 수입국 가운데 하나다. 군사 분석 기관 IHS 제인스의 찰스 리스터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중심의 외교정책을 다변화하려고 해도 석유와 무기 때문에 양국 관계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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