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답답함, 아들의 자유”-원정하 목ㅅㅏ의 인도 이야기(2013년 11월 첫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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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지난 목요일, 이명길 선ㄱ사는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저희 가정보다 먼저 인도에 귀국했습니다. 저희 가정은 아직 좀 더 한국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한국으로 잠시 나올 때, 원래 계획은 관광 비자를 받아 인도에 들어가서 내년 3월 말까지 머무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내년 4월에는 감리교단에 속한 모든 초임 선ㄱ사들이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교단 연회에 와야 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한번 고용비자가 거부된 상황이니 만큼, 무리한 다른 비자를 만들려 시도하다가 잘못되느니 가장 받기 쉬운 관광비자를 받아서 들어갔다가, 더 많이 준비해서 내년 4월에 다시 더 좋은 비자를 만들어 보는게 낫겠다는 생각이었지요. 

내년 봄에 다시 만들게 될 비자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학생비자’입니다. 학생 비자는 1년마다 한국에 들어와서 갱신해야 하는데, 그것을 이번 한국 일정 때 만들면 앞으로 매년 10월에 비자 때문에 한번, 4월에 연회 때문에 한번, 이렇게 귀국을 해야 하게 됩니다. 그건 사역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너무 부담이 큽니다. 


하지만 내년 봄에 학생비자를 만들면 연회 참석 차 귀국할 때 마다 비자 갱신까지 할 수 있게 되지요. 그럼 귀국 사유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어차피 4월은 인도에서 가장 더운 계절이라 다른 일에 집중하기 힘들며(저희 뭄바이는 40도, 다른 지역에서는 50도 까지도 올라갑니다.) 모든 학교가 긴 여름 방학에 들어가기 때문에 언어 공부에나 사역에나 가장 피해가 적은 기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한국 일정 시에는 관광비자를 만들어 들어가기로 했던 것입니다. 

인도 관광비자는 통상 6개월입니다.(3개월째에 인도 바깥으로 하루라도 나갔다와야 하지만.) 이정도면 내년 봄까지 충분히 버티고 들어올 수 있지요. 또 관광 비자는 대사관 인터뷰를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발급이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도의 지역 경찰서에 가서 복잡한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모든 인도 거주 외국인은 정기적으로 FRRO라는 경찰 외국인 등록부에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저희가 거기서 쓴 시간과 노력은 정말 엄청납니다.. 그러나 관광비자 소지자는 굳이 FRRO를 오갈 필요가 없는 것이죠. 하지만 관광비자를 가진 사람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거나 집을 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영원히 관광비자로 다닐 수는 없는 것이죠. 

그런데 이명길 선ㄱ사가 한국 주재 인도 대사관에 관광비자를 신청하러 갔을 때,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미 고용비자 연장이 한번 거부되었기 때문에, 관광비자도 대사관 인터뷰를 통과해야 받을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대사관에서는 이명길 선ㄱ사가 비즈니스 할 마음 없는것 확실한지를 제차 따져 물은 후에 3개월 단수 비자를 발급해 주었습니다. 겨우 3개월 단수! 이것은 통상적인 관광객에게 주는 비자보다 반이나 짧은 것입니다. 독신인 이 선ㄱ사가 그렇다면 아내와 아기 둘 까지 딸린 저희에게 내년 4월까지 6개월 비자를 줄 리는 만무합니다.

이번에 들어간 이명길 선ㄱ사는 1월 쯤까지 인도에 있다가, 태국 등 외국으로 비자 여행을 가야 합니다. 그리고 타국의 인도 대사관에 가서 관광비자를 한번 더 받아서 들어와야 4월까지 머무를 수 있습니다. 돈도 들지만, 혹 태국의 인도 대사관에서도 저희의 고용 비자 연장 거부된 전력을 문제삼으며 까다롭게 군다면 태국에서 바로 한국으로 들어와야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한국에 들어온다면, 다시 인도에 들어갈 방법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워 지겠죠. 그 경우를 생각하자면 비자 여행을 갈 때도 상당한 짐을 싸 갖고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선ㄱ사의 첩보를 들은 후, 저희 가족의 경우를 생각해 봤습니다. 

만일 저희 네 가족이 지금 인도에 들어갔다가 1월에 비자를 얻기 위해 4인 비행기표로 태국(혹은 다른 인접국가)에 간다.. 게다가 혹시 태국 내 인도 대사관에서도 까다롭게 굴면 태국에서의 체재가 길어지거나 한국으로 와야 할 수도 있다.. 그것을 대비해(1인당 23키로까지 실을 수 있는 항공 표가 아기들 것 까지 합해 4장이니까) 100kg에 가까운 짐을 챙겨 갖고 다닌다.. 

오. 그런 비자 여행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엇보다, 대사관에 갈 일은 되도록 피하는게 상책입니다. 혹시 거부라도 당하면 그때마다 저희의 기록은 나빠지고 추후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길은 점점 더 멀어지니까요. 

그래서 저희 가정은 한국에 조금 더 머물기로 했습니다. 이 선ㄱ사와 동일하게 3개월 비자를 받는다는 전제라면 조금 늦게 12월 초 쯤에 인도로 들어가서, 조금 일찍 3월 초에 나오는 쪽으로 하려구요. 그럼 비자 여행을 안 갈 수 있습니다. 4주 내외로 끝내려던 일정이 두주 정도 늘어버린 것입니다. 

그렇다고 휴가가 늘어난 기분은 아닙니다. 저에겐 두 주의 예비군 훈련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2012년도 동원미참훈련 한주 , 올해 예비군훈련 한주) 그리고 교단에 제출해야 하는 리포트들도 여전히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지금은 관광비자를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도 마음이 편하지만, 내년 4월의 비자 전투는 정말 더욱 치열해 질 것 같습니다. 그때는 더 이상 관광비자로 다니기 힘들어 질 테니 학생비자나 출장비자 등 더 안정된 것을 찾아봐야 하겠지요. 

저희의 이러한 상황도 모르고, 자녀들은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갈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오직 집안에서만 놀다가 간혹 쇼핑몰에 따라가는 것을 낙으로 삼던 석정이가 매일같이 친척과 교회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전국 곳곳을 놀러다니고 있습니다. 얼굴에 살도 오르고 표정에도 미소가 떨어지지 않네요. 

엊그제는 난생 처음 동물원에 가서 제 손을 잡고 우리 안의 호랑이를 가르키며 “사죠? 빼죠?(저것 빼주세요.) 해서 온 가족을 포복 절도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여러날 너무 열심히 뛰어놀다가 발에 물집이 나 오늘 하루는 쉬기도 했습니다. 석정이 인생에 집 밖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안 나가겠다고 한 것은 처음입니다. 

생전 처음보는 새파란 가을 하늘아래서 아빠랑 연을 날리는 석정이의 환희에 가득한 표정, 인도에 있는 좁은 우리집, 먼지 많고 딱딱한 돌바닥 실내에서 마음껐 기어다니지도 못하다가 이제야 장판 깔린 집안에서 기어가디는 것을 즐기기 시작한 송정이..


어쩌면 이 시간들은 어쩌면 일이 잘못되어서도 아니고, 저나 아내를 위해서도 아닌, 우리 아기들을 위한 시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봅니다. 아직 스스로는 말도 못하고 ㄱ도도 할 수 없는 우리 아기들의 그리움과 고통을 보시고 하나님께서 친히 준비해 주신.

좁아진 운신의 폭 속에서 답답해 하는 아버지와, 
탁 트인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데굴데굴 구르는 아들. 
굳이 결산을 따져보자면, 큰 손해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만 만날 수 있는 그리운 분들, 꼭 뵙고 갈 수 있기를.

주님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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