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내년 GDP 1%p 줄 것”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하이옌(Haiyan)이 11일 베트남을 거쳐 중국에 상륙했다. 필리핀에서 사망·실종자가 1만2000여명 발생했을 때보다는 태풍의 위력이 약해졌으나 베트남·중국 곳곳에서 적지 않은 피해를 낳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하이옌은 이날 오전 5시쯤(한국 시각 오전 7시)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120㎞ 떨어진 북동부 꽝닌성과 항구 도시 하이퐁에 상륙했다. 당시 순간 최대 풍속은 시속 120㎞로, 필리핀을 지날 때(시속 379㎞)보다는 느려졌다. 하지만 태풍이 지나간 곳에서는 건물이 무너지고 50m 높이 송신 안테나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관광지로 유명한 하롱베이에서도 나무가 뿌리째 뽑혔다. 베트남에 최고 400㎜ 폭우가 내리면서 홍수가 발생해 20여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하이옌은 베트남에 상륙한 뒤 중국 쪽으로 동진(東進)했다. 이날 광시좡족자치구 일대에는 강풍과 함께 최대 550㎜ 폭우가 내렸다. 하이난(海南)성에서 길을 지나던 사람 3명이 무너지는 벽과 옥외광고판에 깔려 목숨을 잃는 등 중국 남부 지역에서 이날 현재 2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한편 필리핀 정부는 이번 태풍으로 전체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970만명이 피해를 봤으며 가옥 2만3000여채가 파손됐다고 밝혔다. 세사르 푸리시마 재무장관은 “이번 태풍 피해의 여파로 내년 국내총생산(GDP)이 기존 전망에 비해 1%포인트 줄 것으로 보인다”고 CNBC 인터뷰에서 밝혔다.
국제 아동구호 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 관계자는 태풍의 최대 피해 지역인 타클로반을 둘러본 뒤 “내가 본 시신 5구 가운데 2구는 어린이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태풍 ‘소라이다(Zoraida)’가 이번에 큰 피해를 본 필리핀 중남부 지역으로 접근하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김승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