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새 임시 대통령 선출 앞두고 기독교·이슬람계 잇단 충돌
ㆍEU, 500명 규모 파병 결정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에서 19일 오전 무슬림 남성 2명이 기독교계 주민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뒤 도심 광장에서 시신이 불태워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알자지라는 사건에 가담한 폭도들이 전날 기독교계 주민이 살해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고 20일 보도했다. BBC는 “정부의 부재 속에서 성난 폭도들이 거리를 지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슬람 반군 ‘셀레카’를 주도하며 지난해 3월 쿠데타를 일으킨 미셸 조토디아 대통령이 지난 10일 사임했지만 유혈 충돌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19일 지난 이틀간 보알리 등 북서부 지역에서 약 50구의 시신을 매장했다고 밝혔고, 세이브더칠드런도 지난 17일 부아르 외곽에서 기독교계의 공격으로 아동 3명을 포함해 카메룬으로 탈출하려던 무슬림 주민 22명이 학살당했다고 전했다. 양측의 살육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지금까지 1000명 이상이 숨졌고, 460만명 인구 가운데 약 100만명이 난민이 됐다.
기독교계와 이슬람계는 서로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 북부 보상고아시의 기독교계 주민 3만5000명은 성당에 난민 캠프를 차린 반면, 8000명 정도의 이슬람계는 도시 반대편 한 학교에 수용된 채 상대방의 보복을 두려워하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쿠데타를 일으킨 셀레카가 조토디아의 해산 명령을 거부하고 약탈과 학살을 계속하자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기독교계도 자경단을 결성해 무슬림계에 대한 보복을 시작했다.
유엔은 상황이 악화되자 원조 필요액을 1억5200만달러에서 20일 5억5000만달러로 늘렸다. 유럽연합은 대량학살을 막기 위해 500명 규모를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의 공동군사작전은 2007년 차드 파병 이후 처음으로, 프랑스와 아프리카연합 병력 약 6000명과 함께 치안유지 임무를 맡는다.
과도의회는 20일 새 임시 대통령을 선출한다. 유혈 충돌을 끝내기 위해 과거 20년간 군벌 활동을 하지 않은 인물 8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