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민주 헌법 통과, 종교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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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민주 헌법 통과

‘재스민 혁명 진원지’ 튀니지 민주 헌법 통과

– 종교의 자유, 여성 권리 대폭 강화 –

아랍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재스민 혁명’의 진원지 튀니지에서 낭보가 들려왔습니다. 종교의 자유와 여성의 권리를 대폭 강화한 새 헌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입니다. 시민혁명으로 23년 독재자 벤 알리를 쫓아낸지 3년 만의 일입니다.

새 헌법은 무엇보다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다른 아랍국과 달리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법의 근간으로 명시하지 않았고 다른 종교를 가질 자유와 무신론도 허용했습니다. 이슬람권에서는 신앙이 곧 생활인 점을 고려할 때 대단한 파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성의 권리도 대폭 강화됐습니다. 법앞에 남녀 평등을 보장했고 국가가 여성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튀니지 여성들은 “마침내 여성의 권리가 서구만의 개념이 아니라 튀니지에도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는 진정한 혁명”이라고 환호하고 있습니다.

새 헌법은 또 고문 금지와 정당한 법 절차를 받을 권리 등 무려 28개 조항에 걸쳐 시민의 권리를 보장했고 정부가 환경 보호와 부패방지 의무를 갖도록 했습니다. 가히 아랍권 헌법 가운데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을만 합니다.

파격적인 내용이 담긴 만큼 새 헌법이 확정될 때까지의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서구식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세속주의 정치세력과 이슬람주의 정파가 각자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조정과 타협에 2년 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국민적 불만이 높아지자 결국 의석 40%를 점한 온건 이슬람주의 정당 엔나흐당이 종교의 자유 부분에서 고집을 꺾으면서 서구 시각에서 봐도 크게 흠잡을 데 없는 헌법이 탄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슬람주의 정당의 양보가 옥동자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인데 아마도 이집트의 사례가 반면교사가 된 듯합니다. ‘아랍의 봄’을 비슷한 시기에 겪은 이집트에서는 무슬림형제단이 총선을 통해 집권했지만 이슬람 색채를 강화한 헌법을 밀어부쳐 국민적 반발을 산 끝에 결국 군부 쿠테타로 축출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 지역 전문가들은 “이집트의 경우 승자 독식 정치문화인 반면 튀니지는 힘든 협의과정을 거쳐 모두가 동의하는 헌법을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민주주의에 근간한 새 헌법을 마련했지만 튀니지의 앞날은 여전히 밝지만은 않습니다. 높은 실업률과 살인적인 물가, 막대한 국가 부채, 끊이지 않는 시위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재스민 혁명의 물꼬를 튼 데 이어 꽤 괜찮은 민주헌법까지 처음으로 마련한 저력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튀니지가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북아프리카, 나아가 아랍권 전체의 모범국가가 되길 기대합니다. 

이민주 기자mj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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