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표적 공격은 아닌듯
관광산업, 국가경제의 11% 차지
만수르 임시대통령 “심판할 것”
지난해 7월 군부 쿠데타로 이슬람주의 세력인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이 무너진 이후, 이집트 곳곳에선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의 테러가 기승을 부렸다. 특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한 시나이 반도는 북아프리카·중동 일대에서 몰려든 무장단체들이 들끓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그동안은 주로 군인, 경찰, 고위 공무원, 국가시설 등을 겨냥한 ‘반정부 테러’ 성격의 사건이 많았다. 최근 몇달 새 시나이 일대에선 가스 송유관 공격, 보안기관 본부를 표적으로 한 자살폭탄공격, 경찰 저격, 군 헬리콥터 격추, 내무 차관 암살 등이 잇따랐다.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폭탄 공격을 받은 16일 저녁(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자신들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힌 ‘안사르 바이트 알마끄디스’도 마찬가지다. 3년 전 당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정치적 혼란과 치안 부재 상황이 계속되자 이들은 시나이 반도의 산악지역에 자리잡고 이슬람주의 깃발을 들었다. 지난해 무르시 정권이 무너지고 군과 세속주의자들이 권력을 잡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성명을 내 “군과 경찰들은 신의 율법을 따르지 않는 세속주의 정권을 비호하며 이슬람율법을 따르려는 이들과 싸우고 있다. 우리는 이들과 성전을 치러야 한다”며 반정부 투쟁을 ‘종교적 의무’로 내세웠다.
하지만 한국인 관광객들이 기독교 성지순례에 나선 것을 문제삼아 종교적인 이유에서 테러를 벌인 것은 아닌 듯하다. 현지에선 대상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테러가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는 사건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은 16일 이집트의 ‘테러와의 전쟁’은 이날 버스 폭탄공격 사건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안사르 바이트 알마끄디스는 이전엔 “민간인들이 거리로 나와 군과 경찰을 지지하지 않는 한은 공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16일 트위터에선 이집트의 정치인들뿐 아니라 ‘경제’와 ‘관광’ 분야도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련으로 한정한 ‘하드 타깃’에서 민간인 등 ‘소프트 타깃’으로 공격 범위가 확대됐다는 의미다.
군부 쿠데타의 주역인 압둘팟타흐 시시 국방장관의 권력 장악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앞으로 이슬람주의 세력과 충돌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이집트는 관광산업이 국가 경제의 11%를 차지하고 있으며, 외화의 20%를 관광에서 벌어들인다. 하지만 쿠데타, 무슬림형제단의 시위 등으로 지난해 이집트 관광사업이 폭탄을 맞았다. 2012년 100억달러이던 관광 수입이 2013년 59억달러로 41%나 쪼그라들었다.
한편으론 이번 민간인 테러를 계기로 무슬림형제단을 포함한 이슬람주의 세력을 표적으로 한 대대적인 탄압이 불붙을 가능성이 있다. 이집트 내무부는 안사르 바이트 알마끄디스가 알카에다와 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한편, 무슬림형제단과 팔레스타인 하마스한테서도 지원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 삼아 이슬람세력을 뿌리뽑겠다고 나설 경우 지금보다 더 격렬한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 아들리 만수르 이집트 임시대통령은 16일 성명을 내어 “민간인을 표적으로 한 테러는 비열하고 비겁한 행동이다. 반드시 범인들이 정의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