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깊은 기독교 유적지이자 홍해에 면한 관광지인 이집트 시나이반도가 왜 이렇게 위험한 지역이 된 것일까. 이집트에 체류하고 있는 한 중동전문가는 16일 일어난 한국인 관광객 테러공격에 대해 “한국 정부와 여행자들이 현지 상황을 잘 몰랐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슬람주의가 근래 아랍권 전역에 퍼지면서 미국과 서구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고 이슬람의 대의를 내세운 폭력과 공격이 빈발하고 있는데, 이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게 습격을 당하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집트 군부가 무슬림형제단 소속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지난해 7월 쿠데타로 몰아낸 뒤 이슬람 정치세력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지만 이슬람주의에 동조하는 세력은 여전히 많다. 특히 지금 이집트에서는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세력 간의 양극화가 몹시 심하다. 이런 긴장이 무력 충돌과 테러공격으로 터져나오는 곳이 바로 시나이반도다.
안사르 바이트 알마크디스 같은 무장집단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이 일대가 지하드(이슬람 성전) 세력의 온상이 되었고, 심지어 제2의 아프가니스탄처럼 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아라비야는 이달 초 “알마크디스는 이집트의 알카에다가 될 것인가”라며 이 조직을 조명한 바 있다.
시나이반도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최근에는 수단이나 리비아에서 넘어온 무자히딘(이슬람 무장조직원)들까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갖 지정학적 문제들이 부딪쳐 폭발하는 격전장이 돼버린 셈이다. 이집트 언론들은 한국인 성지순례단 공격사건을 일제히 긴급뉴스로 보도하며, 치안 실패의 증거로 보고 있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