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칸다하르 로이터=뉴스1) 정이나 기자 =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선거를 6일 앞둔 30일(현지시간) 유력 대선후보인 잘마이 라술의 유세가 펼쳐지던 칸다하르 경기장 강단에 히잡을 두른 여성이 등장하자 관중석은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라술에 이어 그녀의 연설이 시작되자 경기장을 가득 채운 남성 관중들 사이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녀는 라술 전 외무장관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나선 하비바 사라비 전 바미얀 주지사(57)이다. 약사 출신인 사라비는 2005년 아프가니스탄 사상 첫 여성주지사를 지냈다.
모두 8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대선에는 총 3명의 여성 부통령 후보가 나섰다. 이중 당선권 내 후보로는 사라비가 유일하다.
사라비는 여성들과 고등교육을 받은 도시 청년층의 표를 공략하고 있다.
그는 “여성 유권자들에게 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해 그들 역시 정권의 일원이라는 점을 일깨워주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사라비는 자신이 산악지방 바미얀의 주지사로 재임하는 동안 여성들의 권리가 눈에 띄게 변화했다고 주장한다.
바미얀주에는 현재 21명의 여성이 경찰로 재직하고 있으며 전체 재학생 가운데 절반이 여자아이들이다. 또한 150km에 이르는 포장도로가 생겨났고 아프간 첫 국립공원도 그의 재임 당시 지어졌다.
사라비는 여성의 교육권 신장을 최우선 공약으로 삼고 있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남부 지방에서는 강력한 비토가 예상된다. 1996~2001년 집권 당시 여성의 교육과 투표를 전면 금지시키는 등 여성차별이 심한 탈레반의 영향력이 여전히 미치는 지역이다. 다만 그녀의 파트너인 라술 후보가 탈레반의 중심 세력인 파슈툰족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를 얼마나 상쇄시킬지가 관건이다.
현재 여론조사에 따르면 라술 후보는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과 아슈라프 가니 전 재무장관에 이어 지지율 3위를 달리고 있다.
4월 5일 대선에서 과반 당선자가 없을 경우 라술이 결선에서 당락을 결정할 ‘킹메이커’ 노릇을 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사라비는 아프간의 첫 여성 부통령은 못 되더라도 정부내 주요 각료직에 올라 여성차별의 대명사였던 아프간 여성의 권리신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