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유럽 최고의 가요제로 꼽히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여장 남자 우승자가 러시아와 서방세계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발단은 ‘수염 난 여인’ 오스트리아 출신의 여장 남자 가수 콘치타 부어스트가 지난 10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 58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후 한 발언에서 시작됐다.
당시 부어스트는 동성애자에 대한 규제에 나선 러시아를 빗대 자신의 수상이 편협주의에 대한 승리라고 표현했다. 가요제 진행 중 러시아 등 일부 동유럽 국가에서 여장 남자인 부어스트를 ‘서구의 타락’의 전형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맞대응이었다.
그의 발언은 러시아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면서 러시아 철도의 최고경영자인 블라디미르 야쿠닌이 14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이번 대회가 퇴폐적인 문화를 수출했다”고 비판한 것을 전했다.
FT는 그의 발언이 유럽의 가치를 러시아에 강조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라고 평하면서 러시아와 서방의 긴장 해소와 이해 증진은 쉽지 않은 듯하다고 평했다.
수염을 기른 채 여장을 한 부어스트는 ‘불사조처럼 다시 일어서(Rise Like a Phoenix)’를 불러 유로비전 가요제에서 오스트리아 출전자로는 1966년 이후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유로비전 가요제는 1956년 스위스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아바, 셀린 디옹, 조니 로간 등 유명한 가수들을 배출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