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레반트지역 종교전쟁 방아쇠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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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폭탄(barrel bomb)은 2012년 시리아 내전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무기다. 이 폭탄은 드럼통 속에 폭발물질과 함께 볼트·너트·쇠구슬과 화학무기인 염소가스 등을 넣어 만들며 공중에서 투하한다. 일반 재래식 무기보다 제조법이 간단하고 저렴하지만 살상력은 높다. 올 들어 시리아 정부군이 사용하면서 알레포에서만 20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리아 정부의 이 잔인한 발명품이 최근 이라크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5월 초부터 이라크 정부군과 반군의 대립 지역인 안바르주 팔루자에서 통폭탄이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는 초반 통폭탄 사용을 부인했지만 나중에 지역 군 관계자에 의해 사실로 확인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세 국가, 하나의 충돌’ 제하의 심층기사에서 이 같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4년째 이어진 시리아 내전 참상이 이라크와 레바논 등 이웃나라까지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경을 넘은 시리아의 비극
2011년 3월 발발한 시리아 내전이 인접국 이라크와 레바논에 영향을 준 지는 오래다. 이들 국가에서도 무장단체의 자살폭탄테러 등 폭력행위가 끊이지 않는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는 이슬람 시아파 정권과 수니파인 반군이 충돌하며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레바논도 기독교 정권이지만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 수니파가 격하게 대립하고 있다. 종파 전쟁에 국경이 없는 셈이다. 
최근 레바논과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무장충돌에 사용되는 무기는 시리아로부터 들어온다. 시리아 시민군은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에서 폭탄을 제조하기도 한다. 또한 수니파 무장대원은 시리아에서 이라크로 오가며 활동무대를 넓히고 있다. 그들은 이라크 바그다드 외곽에서 정부군과 싸우기도 한다. 레바논 수니파는 시리아 정부군과 시민군 격전지인 수도 다마스쿠스와 홈스, 알레포 등지로 건너가 시리아 내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3개국이 자리하고 있는 ‘레반트’ 지역에 왜 이런 저주가 내린 걸까. 워싱턴의 중동 전문가 폴 살렘은 “이들 국가의 조상은 같고 (프랑스와 영국이 1916년 오스만제국령을 분리 지배하기로 한 협정인) 사이크스·피코 협약 이전 이 지역에는 국가적인 정체성이 없었다”며 “지역 여기저기에 수니파가 있고 시아파가 있고 쿠르드족이 있었을 뿐이어서 이들의 정체성은 지금도 국경을 초월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종교갈등 이면에 깔린 국제 파워게임
레반트 지역의 종교분쟁은 국제정치의 파워게임과도 얽혀 있다. 시리아·이라크 시아파 정부와 레바논 시아파 정파는 수니파 반군의 도발을 막기 위해 서로 자원과 무기를 지원하고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또 다른 시아파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로부터 조언을 받고 있다. 시리아 정부가 사용하는 무기는 러시아가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시리아 정권을 옹호했다. 
수니파 반군 측 역시 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아랍에미리트 등 이슬람 국가들과 서방국들은 시리아와 레바논의 수니파 무장단체에 무기와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국제권력투쟁을 격화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란과 러시아는 중동지역에서 미국과 서방의 힘을 견제하기 위해 시아파 정부와 시아파 분파의 후원자가 됐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등은 수니파를 지원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대변인 알리 모사위는 “최악인 것은 이 현상을 해결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학살과 테러 공포에 떠는 3개국 주민
레반트 3개국 주민들은 테러와 학살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시리아는 반군의 테러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사정없는 공습에 사상자가 속출했고 국가 기간시설도 마비됐다. 대도시인 알레포와 홈스는 폐허가 됐다. 내전 기간 동안 인구 2500만명 중 900만명이 거처를 잃고 난민이 됐다. 
11년 전 사담 후세인이 사망한 뒤 이라크에서도 폭탄테러, 살인, 총격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라크 수니파 무장단체는 정부 보안당국과 시아파 시민들을 타깃으로 한다. 시아파 정부는 수니파 시민들을 학살하는 것으로 응수한다. 이라크 신문 사바 알자디드의 편집인인 알리 사라이는 “수니파 무장단체의 공격은 모든 민간인 수니파 주민들을 중앙정부의 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레바논 역시 군인과 무장단체 충돌로 시민들이 죽어나간다. 레바논 트리폴리 북부 시돈은 한때 관광지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유입된 난민들이 피란처로 삼는 곳이 됐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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