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말, 북한 청진 바닷가는 통곡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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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말, 북한 청진 바닷가는 통곡으로 가득했다

기독일보 seattle@chdaily.com

입력 Jun 30, 2014 08:42 AM PDT

원인 모를 해일로 하룻밤에 어부 2천명 죽어

2013년 10월 29일 오전, 함경북도 동해안 청진, 어대진, 무수단 일대는 오징어를 잡으러 떠났던 어부들의 가족이 울부짖는 통곡으로 가득했다.

오징어잡이 철이 되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수천여 명의 어부들이 밤새 작업을 했지만, 그들 중 일부가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은 먼 바다를 바라보며 남편과 아버지, 형제를 기다렸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바다에 나간 어부들이 지난 밤 갑작스런 해일 현상으로 쓸려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일제히 통곡한 것이다.

이날 밤 청진 앞바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당시 청진 바다는 5-8m 사이의 소형 목선에 오토바이 엔진을 장착한 오징어잡이 배들로 가득했다. 수천 척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들 어선은 대부분 남한 방송의 기상예보를 의지하여 출항한다고 한다. 북한 방송은 기상예보를 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해안에서 7-8시간 거리에 있는 청진 앞바다는 온통 불야성을 이뤘다고 한다. 서로 더 많은 오징어를 잡으려고 카바이트 불을 밝히고 밤을 새웠다. 또 어망을 보호하기 위해 저마다 호각을 불며 떠들썩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이날 밤 12시에서 2시 사이에 청진, 화대, 어대진 일대에서 땅이 울리며 쿵쿵 하는 폭음이 두어 차례 들려왔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함흥과 홍원 지역 사람들도 증언했다. 그 원인은 같은 시각, 무수단 미사일 발사기지에서 엄청난 규모의 커다란 폭발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 지하 폭발실험을 했거나, 대형 폭발사고가 있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날 밤 많은 소형 어선들이 출항할 무렵, 바다는 조용했고 풍랑주의보 같은 기상예보는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밤중에 폭발음과 함께 먼 바다에서 갑자기 해일 현상이 일어났고, 오징어를 잡던 많은 어선들이 예기치 못한 큰 풍랑으로 갑자기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때 2천여 명의 어부들이 바다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그래서 돌아오지 못한 어부 가족들은 애끓는 절규로 저마다 어부의 이름을 불렀던 것이다. 그날 아침 청진 바닷가는 바로 이들의 통곡소리로 가득했다.

무고한 어부들이 떼죽음을 당한 이 기막히고 비극적인 이야기는 최근 한 탈북자로부터 전해들은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 같은 대형 몰사 사고가 집단노동 현장에서도 가끔씩 일어나지만, 사건의 전모는 모두 감춰지고 만다. 가슴 아픈 세월호 사건으로 온 나라가 침울했고, 지금도 실종자 11명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이다. 생명은 어디서나 소중하지 않은가? 잘 알다시피, 북한은 국가의 이름으로 무고한 생명들을 대량 학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강제수용소에서, 탄광에서, 공장에서, 건설 현장에서 이름도 없이 원인도 모르게 묻혀간 북한의 수많은 죽음들도 함께 돌아보는 긍휼한 마음을 가질 때이다.

/김창범 목사(손과마음선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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