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님!
저와 이명길 선/교사는 ‘랜도르 언어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백여년 전 켈로그라는 캐나다 선/교사님께서 후배 선/교사들의 인/도 언어(현재 4과목 – 힌디, 우르두, 산스크리티, 펀자비)습득을 위해 만드신 학교입니다.
‘조선회상’, ‘인도회상’을 쓰신 홀 선/교사님이나, ‘인/도의 길을 걷는 예수’의 저자 스텐리 존스 선/교사님 등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공부하셨고, 지금은 저희가 이곳에서 열심히 힌디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곳의 수업은 정말 탁월합니다. 비록 한 시간에 460루피(한국 돈 만원에 가까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100년에 걸쳐 외국인에게 힌디를 가르쳐 온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는 듯 합니다. 철저한 맨투맨 수업에 한 가지 문법을 배우면 그 자리에서 그 법칙으로 상황별로 십 수개의 문장을 말하게 하여 결국 말을 트이게 만들고, 직접 필기를 해 주는 등(!) – 학교의 원칙인 듯 – 차후 공부를 위한 여러 가지 배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인/도에는 정말 성의 없는 힌디 클래스가 많습니다. 그런 학원이라도 학생 비자 획득을 위해 감지덕지 다닐 수밖에 없는 선/교사님들이 많으시다 보니, 너무 효과가 적어 조금 배우다 아예 포기하시는 분도 있고,심지어 가끔은 코스를 다 마치고도 말이 트이지 않아 울음을 터뜨렸다는 분의 이야기도 돌 정도입니다. 비 전공자들에게 배우는 경우도 있구요. 저 같은 경우에도 교/회 성도 분께 어린이들 용 교과서로 2년을 배웠지만 이곳에서의 한 달 보다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곳으로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일 년에 두주에서 한달 정도는 꼭 들르려 합니다.
(다만 힌디어와 한국어가 어순이 같은데, 굳이 힌디를 영어로 배우니 두 번 꼬아 생각하기가 좀 힘듭니다.이 프로그램으로 한국어로 힌디를 배우면 얼마나 좋을까 싶네요. 다음에는 델리의 ‘생수 어학원’등 다른 한국 선/교사님들께서 힌디를 가르치시는 곳에도 가 볼 계획입니다.)
게다가 예전에는 모든 교재가 선/교사들이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성/경 말씀과 사/역의 언어로 되어있었다고 합니다. 영국 통치시절부터의 엄청난 선/교사들을 키워낸 그 전설적인 책, 또 이 학교와 교사들의 삶을 몇 대 째 유지해준 그 책을 지금도 오래된 교사들은 애정을 담아 ‘초록 책(하리 끼따브)’라고 부릅니다. 전성기에는 지금 저희가 공부하는 교/회 구역은 채플 및 사무실로만 쓰이고, 상당히 큰 건물에 강의실과 선/교사들의 숙소가 있었다고 합니다. 100 가정 이상의 선/교사들이 배운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영국의 식민 통치가 끝나고(1947년), 선/교사들이 급격히 줄면서 학교의 규모는 완전히 줄어버렸습니다. 그런 가운데 학교의 큰 건물과 기숙사와 강의실은 사라지고, 교사 선/교사들은 귀국하거나 은퇴하고, 선/교사가 아닌 학생들이 많이 오면서 그들에 맞추어 비기독교적인 내용으로 바뀌고, 교사들도 점점 힌두교인들로 바뀌며 학교의 정체성이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교사의 신고로 선/교사였던 학생이 재입국 금지를 당한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교장 선생님까지 힌두 브라만이었던 적 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저를 가르치는 교사 중 랄릿 샤르마(약 50대 초반)라는 분의 아버지가 바로 그 힌두 교장이셨다고 합니다.역시 대를 이은 랜도르의 교사답게 아주 탁월한 분이며, 뭄바이나 델리, 심지어 스위스까지 몇 달씩 초빙되어 힌디를 가르치신 경력도 있는 분입니다.(또 저에게 학교 전성기 이야기를 해 주신 분이기도 하죠.)
다행히 지금 교장선생님은 크리스천이십니다. 워낙 담배를 좋아하셔서 그냥 명목상 기독교인 아니냐는 소문도 있지만, 사실 신앙은 있는 분입니다. 그분은 힌두교의 브라만 출신인데, 젊을 때 방황하다 깊은 신앙의 체험 후 개종하여 호주 선/교사님과 결혼까지 하신 분이니까요.(담배는 예수님 믿기 전부터 핀 건데,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끊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이전 교장 선/생님 시절에 너무 많은 힌두 교사들이 들어와서 크리스천은 거의 혼자다 시피 하셨지만, 요즈음 직권으로 크리스천 교사를 둘이나 고용했습니다.
랜도르 학교 주변에는 학교 교재를 달달달 외워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과외를 해주며, 언젠가는 랜도르의 교사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진 청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중에는 크리스천들도 많구요. 인/도는 정규직 고용률이 30% 아래인 나라로, 제대로 된 일자리가 매우 희귀한 곳입니다. 또 12억이 넘는 인구에서 절반 이상이 25세 미만인 나라입니다. 그래서 은퇴 연령이 55세 정도로, 선진국 수준이지요. 그것은 복지가 잘 된 게 아니라 제발 일자리 좀 젊은이들에게 양보하라는 뜻입니다. 물론 건강하고 돈 나올 곳은 없는 교사들 입장에서는 결코 50대 은퇴를 원하지 않습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교장 선생님이 나이든 교사들의 은퇴를 바라시고(물론 크리스천을 뽑을 확률이 높죠)나이든 교사들은 반발하여 학교 교사들이 두 패로 갈라져 갈등이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이전 교장의 아들인 랄릿 샤르마 선생님은 종종 수업시간에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동네에서 교장선생님과 크게 말다툼 하는 것을 보았다는 말도 있습니다.
한번은 회화 시간에 예수님께서 배 위에 앉아계신 그림을 가리키며 ‘저 그림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하시기에 ‘저 그림에는 예수님이 있습니다.’ 했더니, ‘아닙니다. 저 그림에는 물이 있습니다.’ 라고 해서 저를 놀라게 만들기도 하셨죠.(또 다른 예문은 ‘저 그림에는 물고기도 있다.’ – -;) 그 그림에서 물은 배경에 조금밖에 없고, 누가 봐도 예수님 중심 그림이었거든요. 또 한번은 저와의 수업 중에 “왜 크리스천들은 담배를 그렇게 피냐?” 이런 질문을 하기도 하고, 만들라고 주는 예문이 “담배를 피는 것은 나쁘다.” 이럴 때도 있습니다. ^-^ 이것은 교장 선생님에 대한 나름의 저항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일주일간 학교에 안 나오신 적도 있습니다.
저희는 이제 한 주만 더 하고 뭄바이로 돌아가지만, 벌써 고향처럼 느껴지는 랜도르 학교가 평화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교장선생님도 믿지 않는 교사들에게 크게 서운함을 끼치거나 책잡히실 일이 없으시면 좋겠고, 또 위대한 선/교의 유산인 랜도르 학교가 정체성을 회복하여 선/교와 크리스천 고용의 큰 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선/교사들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믿지 않는 선생님들의 구원을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저와 이명길 선/교사에겐 두 분의 선생님이 계신데, 한분은 랄릿 샤르마, 한분은 조쉬 기리, 공교롭게도 두 분 다 힌두교의 최 상 사제 계급인 브라만입니다.(크리스천 선생님들에게는 랄릿 선생님 공강 때 밖에 배우지 못했습니다.)
평생에 선/교사들을 접했고, 예전 책(하리 끼따브)을 거의 암기하신 분들이라 어지간한 전도사들 못지않게 성/경과 복/음 내용에 박식한 분들이십니다. 조쉬 기리 선생님 역시 백인 선교사들에게 힌디 성경을 가르쳐서 처음엔 제가 크리스천으로 착각했을 정도입니다. 이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기/도와 기/적인 것 같습니다. 매일 수업 전에 기/도할 때 마다 그분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엊그제 랄릿 선생님은 당신 교실에 걸린 예수님 그림을 찬찬히 보시며 “내가 27년 전 초임 교사로 왔을 때도 있던 그림이지..”라 하시더군요. 어쩌면 당신 생각에도 ‘저 그림에는 물이 있다!’가 조금 미안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교회 건물로 출퇴근하며 선/교사들을 가르친 지 어언 30년, 어쩌면 그분들 마음이야말로 가장 어두운 등잔 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빛이시고 어두움이 없으시며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신 주님께서
그분들의 마음을 비춰주시길.. 함께 기/도해 주세요.
주님의 평화!
ps.
저희 사역과 인도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는 오프라인 중보기도 모임(인도 비전그룹)이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열한시에 서울 4호선 상계역(또는 7호선 중계역) 근처 옥토 감리교회에서 12년째 모이는 중입니다.
참석을 희망하시는 분은 김영수 전도사님(01064896926)이나 정덕영 목사님(01056565812)께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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