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님!
이번에 한국에서 초소형 빔 프로젝터를 사왔습니다. 스마트폰 정도의 사이즈 밖에 안 되는 것으로,
거금 30여 만원을 들여 결국 사고야 말았습니다.(도움을 주신 정덕영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슬럼 사역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뭄바이의 슬럼들 중에는 벽돌 건물로 된 곳들도 있지만 슬레이트 및 철판으로 된 지역도 있고,
심지어 대나무 기둥과 거친 천, 비닐로 된 지역도 있습니다.
물론 그나마의 거처도 없어 아예 노숙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저는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슬럼들을 편의상 C형, B형 A형 슬럼이라 부르곤 합니다.
처음에는 노숙이나 A형 슬럼으로 시작했던 곳이 몇 십년 지나다 보면 B형으로, C형으로 점점 업그레이드 됩니다.
어디선가 불법으로 전기와 물도 끌어오게 되고, 가내 수공업 공장들이 들어서고, 상권이 형성되고,
가족을 고향에 둔 지방 남자들이 거주하다 보니 매춘녀들도 생기고, 그들을 관리하는 마피아도 생기면서
나중에는 C 형으로까지 진화됩니다. 이쯤 되면 정부에서도 함부로 손대기 힘든 상황이 되죠.
영화 슬럼독 밀리네어로 유명한 ‘다라비’ 슬럼같은 곳이 C 형입니다.(물론 제가 임의로 나눈 기준입니다.)
<C 형 슬럼의 예 – 두르베> <B형 슬럼의 예 – 네룰>
<A 형 슬럼의 예 – 오늘 이야기의 배경, 마페>
A형 슬럼의 경우는 아주 가난하며 물과 전기 등 그나마의 문명의 이기도 없습니다.
그리고 웬만한 대중교통이나 택시, 오토릭샤로는 접근하기 힘든 곳에 있습니다.
오늘 말씀드릴 ‘마페’의 경우, 전형적인 A형 슬럼입니다.
수라지 목/사님과 제가 작년부터 목요일마다 왕복 한 시간씩 자전거를 타고 방문하며 개척한 지역이구요.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목/사로서 처음 세례를 준 아이이자, 처음 장례를 치룬 자베스도 마페의 아이였습니다.
마페에는 이제 매주 목요일 정기 모임이 있습니다.
<마페의 아기, 자베스의 세례식과 장례식>
자베스 세례 이야기 : http://cafe.daum.net/tia2020/9eEz/4942
자베스 장례 이야기 : http://cafe.daum.net/tia2020/9eEz/4979
저번 28일 목요일에는 깜짝 선물을 준비해 갔습니다. 바로 성경 에니메이션 상영!
TV도 컴퓨터도 없는 가난한 이들, 그 흔한 극장조차 평생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이들에게
성경 만화영화를 틀어 준 것입니다. 바로 그것을 위해 휴대용 빔 프로젝터를 샀던 것입니다.
오토바이를 탔다가 끌었다가 하며 무릎까지 빠지는 진흙길을 어찌어찌 뚫고 도착하니,
그곳에는 제가 보지 못했던 건물이 하나 서 있었습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오직 우리 모임을 위해 지어진 것으로,
대나무 기둥 몇 개로 새운 뼈대에 거친 천을 두른..
재료비 2-3만원에 남자 두 명이면 한 시간 만에 지을 수 있는 텐트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회’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정말 예기치 못한 기쁨이었죠.
그 교회(?)에서 아이들은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며 둥글게 둘러앉아 찬양을 부르고 있었고,
한국행과 히말라야 행 때문에 무척 오래간만에 보는 제 얼굴과, 제 입에서 나오는 이런 저런 힌디어(히말라야에서 배워온)에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샤마(죽은 자베스의 엄마)는 이제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고, 새 아들을 낳으면 다시 이름을 자베스라고 짓겠으며,
만일 딸이면 공숙자 목/사님께 새 이름을 받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인사를 나누고, 함께 찬양과 기도,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마친 후, 저는 회심의 카드를 꺼냈습니다.
<드디어 만화 영화 상영!>
벽에 한국의 현수막 집에서 사온 가로 세로 1m 짜리 하얀 천을 걸고, 삼각대와 초소형 빔프로젝터를 설치한 후,
데라둔의 이진수 목/사님으로부터 받은 ‘프렌즈 앤 히어로’ 성경 만화 시리즈의 힌디 더빙 판을 상영한 것이죠.
얼마나 아이들이 숨도 안 쉬고 보던지요! 등장인물이 넘어지기만 해도 꺄르르, 로마 군인이 칼만 뽑아도 엄마야 하면서..
로마 통치 시절의 이스라엘 어린이들이 주인공이고, 그 아이들은 만화 속에서 여러 모험을 격으며,
또 어른들에게 다니엘 이야기나 예수님 이야기를 배웁니다.(한 편에 반드시 구약 이야기 한편, 신약 이야기 한편은 들어갑니다.)
만화가 끝난 후에는 같이 간 청년 아닐이 그 만화의 내용을 설명하며 다시 한번 자연스럽게 설교를 했습니다.
(저는 아직 힌디로 설교를 할 실력이 안 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작은 교회는 슬럼의 중심 극장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매주 목요 예배 후에는 만화를 한편씩 상영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에피소드가 서른 개나 남아 있으니까요.
아마 다음 주 부터는 동네 아이들이 몇 배나 더 많이 올 것이라 하더군요.
<숨도 안 쉬고 만화를 보는 아이들, 맨 왼쪽이 만삭의 샤마(쟈베스 엄마)입니다.>
다시 군대 장교 우의로 몸을 감싸고, 우기의 진흙 속을 해매며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상물을 만든 사역자들에 대한 감사가 솟구쳤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다른 이들이 만든 영상 덕분에
강력한 복음 전도 및 성경공부를 시킬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요. 언젠가는 이 영상을 만든 이들,
또 힌디로 더빙한 이들과 천국에서 상급을 나누며 함께 기뻐할 것입니다.
영상선교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더욱이 이 성도들의 대부분은 문맹입니다!
충분한 인원과 전문성, 현지어 실력이 있더라도 문맹에게 성경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 30편의 영상을 1년에 한 바퀴씩만 보여주어도, 그 부분은 아쉬운 데로 커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당장 다음 주부터 매일 각기 다른 슬럼들(되도록 가난한 지역)에서,
같은 성경 만화를 한 주에 네 번 정도는 상영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같은 예수님 이야기를 한 주에 백 명 이상씩 보게 되겠죠.
더 많은 힌디 복음 자료들도 찾아 봐야 하고,
또 주일 대예배에 오지 못한 사람을 위해 설교를 녹화했다가 심방 가서 틀어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힌디 실력, 전문성, 인력의 부족함을 많은 부분 커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네요!
(빔 프로젝터 정말 잘 산 것 같습니다! 일생에 제일 잘쓴 30만원!)
또 어서 힌디어가 더욱 일취월장하여.. 한국에서 통일 강의 때 했듯,
PPT로 여러 생생한 이미지들을 넘겨가며 복음 설교를 할 날도 곧 오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 설교를 힌디로 만들어 유투브에 업로드 할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합니다.
제 북한 강의가 그랬듯, 제 얼굴 대신 PPT에만 줌을 맞춰서 영상을 제작하면 박해의 부담더 덜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예수님은 믿지만 가정 사정상 교회에 나가지 못하는 많은 인도의 숨은 신자들에게도 힘이 될 것이구요.
정말 그 날을 간절히 바라며 기/도합니다.
사실 인/도에서조차, 이 사역이 최신의 방법은 아닙니다.
부유층이나 중산층은 물론이고, C형 슬럼 아이들만 되어도 TV 만화영화 따위는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1-2달러짜리 불법 DVD를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사람만 해도, 이 사역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 세련된 여러 방법들이 계발되어야 할 테지요.
더 엘리트, 더 상류층들을 선교하기 위한 전략들을 계발하는 분들이 많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더 좋은 영상이나 프로그램을 계발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인/도도, 다른 선/교지들도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까요.
그것은 제 매일의 기도에서 몇 년 째 빠지지 않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정말 가난한 이들에겐 이런 게 아직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A형 슬럼, 노숙자, 완전 시골..)
그들에게는 아무 악기 없이 박수치며 가르쳐 주는 찬양조차 큰 즐거움이 되며,
간이 극장의 성경만화 정도면 한 주간 손꼽아 기다릴 행사가 됩니다.
다행히 저는 아직 쓰레기 더미 옆에서, 쥐들이 1m 옆에서 오가는 곳에서도 밥을 잘 먹고,
“한 그릇 더!”를 외칠 수 있습니다.
그 맷집과 관계 하나로, 저보다 탁월한 분들이 만든 영상과, 발명한 물건들을 갖고 배달할 따름입니다.
귀한 일을 너무 남들의 재능과 기도, 재정으로 하는 것 같아 송구스럽고 민망할 때가 많습니다.
다만 문제는 갈 곳은 정말 많은데 일꾼이 적다는 것입니다.
인/도에는 이정도 만화에도 숨도 안 쉬고 볼 수억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수백만의 마을들이 있습니다.. 그 생각을 하면 눈물도 나고 답답합니다.
두 가지 길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더 탁월한 사람이 되어 엘리트들을 겨냥하고 더 세련된 것을 계발하느냐,
혹은 지금 가진 것으로도 기뻐하며 받아들일 이들을 더 열심히 찾아가느냐..
제 은사는 아무래도 후자 쪽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유학이나 더 높은 학위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았던 것이기도 합니다.
또 하고 싶은 배움을 다 마치면 40대가 넘어갈 것 같은데,
그때는 이런 식의 사역을 다니기 더 어려워 질 것 같기 때문이었기도 하구요.
저는 이 편지를 읽는 분들 중 더 많은 분들이 선/교사가 되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을 위해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훈련받아서 와 주실 분들도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은 주님을 위해 배움과 훈련의 기회를 포기하고(그 대신 젊음을 갖고) 오시는 분도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좋습니다. 다만, 많이 와 주시길, 하다못해 단기선교라도 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도 함께 기억하고 기/도해 주세요.
주님의 평화!
ps.
사진이 잘 보이지 않으시는 분은 이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http://cafe.daum.net/tia2020/9eEz/5052
ps 2.
저희 사역과 인도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는 오프라인 중보기도 모임(인도 비전그룹)이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서울 4호선 상계역(또는 7호선 중계역) 근처 옥토 감리교회에서 12년째 모이는 중입니다.
참석을 희망하시는 분은 김영수 전도사님(01064896926)이나 정덕영 목사님(01056565812)께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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