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걸인들에 대해서”(2014. 9. 6)
(더 자세히 보실 분은 http://blog.naver.com/nazirite33/220114763776를 클릭해 주세요)
인도에서 살다 보면 걸인들을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오토릭샤라도 잡아타고 나가면,
신호등에 걸릴 때마다 걸인들이 옵니다. 또 정거장이나 역, 신전, 모스크, 관광 명소들의 주변에도 거지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 편지에는 올릴만한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걸인들도 초상권이 있으니까요..)
걸인을 만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 크리스천의 태도일까요? 돈을 주자, 말자, 돈을 주되 동전만 주자. 음식으로 주자..
장애인과 노인만 주자. 어린이는 주지 말고 어른만 주자. 아니, 그 반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많은 담론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온갖 태도를 다 취해 보았습니다. 사실 거지를 대하는 태도는 현지 성도들이나 단기 팀들은 물론,
심지어 선/교사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할 만큼 복잡한 문제입니다.
현지인들(성도들 포함)은 이런 이야기도 합니다.
“저들은 돈을 엄청 많이 번다고. 구걸이 끝나면 호화로운 집으로 퇴근하지.”,
“저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일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나 다름없어.”
“국립 학교는 공짜에다가 밥도 주고 옷도 주는데 학교를 안 가고 구걸을 하다니!”
“저들에게 돈을 준다고 그들이 전도되는 것도 아니잖아. 의미 없어.”
“아무리 주어도 끝이 없어. 어차피 모두에게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저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일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나 다름없어.”
“국립 학교는 공짜에다가 밥도 주고 옷도 주는데 학교를 안 가고 구걸을 하다니!”
“저들에게 돈을 준다고 그들이 전도되는 것도 아니잖아. 의미 없어.”
“아무리 주어도 끝이 없어. 어차피 모두에게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또 어떤 이들은 이렇게도 이야기 하구요.
“저들에게 돈을 줘 보았자 다 마피아에게로 갑니다. 결국 마피아 배를 불리는 거에요.
저들에게 돈을 주지 않아야 마피아도 아이들을 잡아와서 거지로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상당히 일리 있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생각을 잘 정리하기 위해서 주변의 걸인들을 유심히 관찰했고,
이것은 상당히 일리 있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생각을 잘 정리하기 위해서 주변의 걸인들을 유심히 관찰했고,
대략 임의로 분류도 해 보았습니다.
A – 노숙자 형 : 시골에서 땅 잃고 도시로 무작정 올라온 사람들. 길에 이불 펴고 살면서 아버지는 일 구하러 다니고
어머니는 아이들 지킨다. 종종 아이들을 구걸 보내기도 한다. 보통 기차역, 장거리 버스 역 주변에 많으며 자리를 잡는 데로
슬럼에 입주하는 경우가 많다.(여행기 등에서는 ‘부모는 멀리 앉아서 아이들이 구걸해 오는 돈을 받기만 한다.’ 고 악평을 해
놓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좀 더 딱한 경우가 많습니다.)
B – 유목민 형 : 부모들이 건설 노동자인 경우, 가정 단위로 그 건물이 다 완공될 때 까지 그 근처에 텐트들을 벌여놓고 산다.
건물이 다 지어지면 또 다른 공사장으로 이동. 아이들은 부모가 일 할 때 옆에서 흙장난을 하거나, 고사리 손으로라도 돕기도 하고,
간혹 구걸도 함. 가족이 함께 살며 생계가 유지된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부모의 직업 그대로, 가난이 그대로
대물림 될 확률이 커 더 절망적인 부분도 있음. 주로 공사 현장 주변.
C – 물건 팔이 형 : 아주 더러운 걸레로 차창을 한번 닦아 주거나 꽃 한송이, 풍선 등 정말 쓸데없는 물건을 팔며,
기회가 되는 데로 구걸도 하는 이들. 필요해서 보다 불쌍해서 사 주는 경우가 많으며, 안사고 돈 만 주기도 함. 간혹 키위나 딸기가 든
고급 박스나 비싼 외제 장난감 등을 파는 경우도 있는데, 가격은 싼 편(이 경우엔 청소년 – 어른들), 마피아가 턴 컨테이너나 트럭에서
나온 장물일 수도 있다고 함. 주로 신호등, 사거리 근처.
(A, B 형보다 더 불쌍한 이들 입니다. A,B형에겐 거지가 일시적인 직업이고 부업이지만, C 형에겐 반영구적인 주업이니까요. 학교도 못가구요.)
D – 재능 + 장애 어필 형 : 노래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조그마한 쇠 링을 통과하거나, 줄타기, 원숭이와 재주넘기 등을 하는 이들(거의 아이들),
혹은 손이나 발, 눈이 없고 상처를 보여주며 구걸하는 이들(어른도 있음). 주로 관광지나 교통 요지에 많음.(다른 걸인들에 비해 적선도 많이 받고
안정되어 있어 보이지만 사실 제일 불쌍한 이들입니다. 자기의 구역까지 정해져 되물림되는.. 사실상 다른 인생을 살 기회가 없는 이들이죠.)
저는 걸인들에게 어떻게 대하는 것이 가장 좋을 지 고민하며, 얼마간 관심을 갖고 걸인들을 지켜보았습니다.
도로의 거지가 한번 빨간 불이 걸릴 때 얼마 씩 버는지, 빨간불은 초록 불 몇 분에 몇 분 씩인지, 도로에 앉아있는 저
할머니를 대략 5분간 관찰했을 때 누군가가 동전 하나라도 던지는 때가 몇 분당 한번 있는지.. 각 걸인들은 먹여 살릴 식구가 몇인지..
그 결과, 절대 저 돈으로는 럭셔리하게 살 수 없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또한 대부분이 일을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어도 못 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아무 연고도 없는 도시에서, 무자본 무 학력자가 높은 실업률을 뚫고 일을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가장이 일을 하러, 혹은 구하러 간 사이에 가족들은 구걸 외에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싫어서 구걸시키는 게 아니라 보내기 어려워서 못 보낸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일을 구하는 데로 옮겨 다녀야 하니까요. 또 아무리 과자나 빵을 사줘도 현찰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다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빵이 필요하면 준 돈으로 빵을 사겠죠.
또한 ‘그렇다고 그들이 전도되는 것은 아니지 않냐?’, ‘아무리 주어도 궁극적 해결은 안 되지 않는가?’ 라는 문제 제기도 있지만..
그건 예수님의 병 고침과 음식 나눠주심도 마찬가지였지요.. 예수님께서 ‘이 무리가 불쌍하다.’ 고 해서 나누어 주셨지,
‘이 무리에게 떡과 고기를 줌으로 크리스천을 만들고 나라를 세우자.’하지는 않으셨음을 기억해 볼 때, 우리의 구제 역시 유일한 동기는
자비심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비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최소한 나를 만난 이마다 배고픈 채로 잠들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하지만 어떤 거지들에게는 돈을 주는 게 결국 마피아에게 전달되고, 마피아가 그 돈으로 더 많은 거지를 키워서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서는 끝까지 걸림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누가 진짜 도움이 필요한 거지이고, 누가 마피아에게
현찰을 배달하는 가짜 거지인지 100% 확실히 알 수는 없습니다.(짐작은 가지만)
하지만 조금 더 리서치를 하면서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었습니다. 무섭고 냉정한 결론이 도출되었지요.
“진짜 걸인에게는 돈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마피아에게 소속된 걸인에게는 더더욱 돈을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마피아들은 실적이 낮은 거지의 손 발을 자르거나 눈을 뽑아서 ‘실적이 좋아지게’ 만들기도 하니까.”
그래서 재작년부터 무조건 모든 걸인들을 만날 때 마다 돈을 주고 있습니다. 저희 가정은 예수전도단에서 배운 대로 항상
10의 3조를 해 왔습니다.(1/10은 교회에 십일조, 1/10은 선교 헌금, 1/10은 구제 헌금)이 중 구제 헌금은 제가 집행하고 있는데,
이돈 다 떨어지지 않는 한에서는 모든 요구하는 이에게 10루피(약 170원. 인도인 느낌에는 1000원 지폐)를 주기로 한 것입니다.
그 후로 제 앞주머니에는 항상 10루피 짜리 열장이 들어있습니다.
하루에 열 명 씩 줘 봤자 한 달에 3000루피(5만원 정도)도 들지 않습니다.
간혹 교회 청년들이 ‘너무 많아요.’ 라고 하기도 했지만, 저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나는 달라는 모든 이에게 언제든지 10 루피를 주겠다. 심지어 암바니 회장(인도 최고 부자)이 달라고 해도,
10루피는 언제든지 줄 수 있다. 너희도 형편 되는 한에서 1루피 동전 열개나 5루피 동전 열개를 갖고 다니며 동일한 시도를 해 봐라.
언젠가 너희 중에 100루피 열장을 그렇게 갖고 다닐 수 있는 사람도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경주 황부자집의 가훈(“무조건 사방 백리에 굶는 이가 없게 하라.” -> 나를 만나 손 벌린 사람은 모두 그날 굶지 않게 한다.)
도 소개하고, ‘청하는 자에게, 마땅히 받을 자에게 배풀라’ 성경 말씀들도 소개했습니다.
또 곡식 떨고 남은 건 아무나 집어갈 수 있게 두는 게 구약의 법인데,
우리는 농사를 안 지으니 그 대신 동전이나 소액권으로 실천하자구요.
마지막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내가 준 돈이 안 받아야 할 사람에게 가는 것이 두렵니,
아니면 내가 거절한 걸인이 예수님이었을지도 모르는 게 두렵니?“
아니면 내가 거절한 걸인이 예수님이었을지도 모르는 게 두렵니?“
그것으로 결론은 내려졌습니다. 요즘엔 우리 청년이 걸인에게 돈을 주는 모습도 간혹 봅니다. 사실 자기들도 너무 힘들게 사는데,
걸인이 너무 많으니까 양심을 달래기 위해 이런 저런 논리와 루머들이 계발되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행히 몇몇 청년들에게는 그 논리들이 한번 깨어진 것입니다.
아직도 제가 생각한 방법이 제일 지혜로운 방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전에도 주다가, 또 안 주는 것으로 결론이 바뀐 적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으로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 양심이 평안합니다. 혹 방법이 바뀌더라도, 그들에 대한 사랑과 지혜는 더 커지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처음에는 얼굴만 봐도 불쌍해서 눈물이 흘렀는데, 몇 년이 지나니 걸인들이 그냥 풍경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무뎌지는 마음을 다잡고, 순수함과 긍휼함을 지키며 하루 하루 살아갈 수 잇기를 소원합니다. 그런 선/교사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기쁜 한가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기쁜 한가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주님의 평화!
ps 1.
국가가 관리하는 시설들에 넣으면 어떨까 하는 분들도 계시고, 때로는 정말 경찰들이 잡아넣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도 그 시설들에 사역을 하러 다녀보기도 했는데.. 많은 걸인들은 그곳에 들어가느니 그냥 걸인으로 사는 편을 택합니다.
또 시설들에 잘못 들어가면 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고, 남 녀, 세대별로 다른 시설에 넣어서 가족이 갈라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ps. 2
저희 사역과 인도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는 오프라인 중보기도 모임(인도 비전그룹)이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열한시에 서울 4호선 상계역(또는 7호선 중계역) 근처 옥토 감리교회에서 12년째 모이는 중입니다.
참석을 희망하시는 분은 김영수 전도사님(01064896926)이나 정덕영 목사님(01056565812)께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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