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4부] (1) 은퇴 선교사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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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4부] (1) 은퇴 선교사가 몰려온다

선교사 은퇴 본격화, 10년후엔 1만명 이상 말로만 ‘선교 대국’ 은급·후원 제도는 전무해

신상목 박재찬 기자
입력 2014-10-16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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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4부] (1) 은퇴 선교사가 몰려온다 기사의 사진

선교사들의 대거 은퇴가 가시화됨에 따라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활동 중인 박상순 선교사가 현지 교회를 방문해 설교하고 있다. 국민일보DB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개신교 선교사를 파송한 국가다. 1990년 1645명에 불과했던 선교사는 지난해 2만5745명으로 늘었다. 폭발적 성장 뒤엔 원대한 소명이 있었다. 선교사들은 비전 하나만 붙잡고 생면부지의 외국 땅을 밟았다.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전부를 내주었다. 이제 그들이 돌아온다. 처진 어깨에 은빛 날개를 달아주자.

강성신(74) 선교사는 일본에서 20년간 사역하며 14년을 ‘도쿄 노숙자들의 천국’인 우에노 공원에서 급식과 이발 봉사 등으로 노숙자를 섬겼다. 현지 관공서와 주민들도 그의 헌신적 노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은퇴 뒤 강 선교사 부부의 삶은 드러내기 민망할 정도다. 거처를 찾다가 간신히 전북 순창에 자리 잡은 그는 공공근로 인부로 일주일에 사흘은 쓰레기를 주우며 도로청소를 하고 있다. 아내는 학교 식당에서 허드렛일로 생활비를 번다. 고혈압과 심근경색을 앓고 있는 강 선교사는 은퇴 뒤의 삶이 이렇게 팍팍할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부부가 한 달간 일해서 손에 쥐는 돈은 아들 내외가 주는 용돈을 합해 60만∼70만원 정도다. 암 보험료와 세금 등을 제하고 나면 그마저도 15만원 안팎으로 줄어든다.

◇은퇴는 없다?=선교의 최전방에서 깃발을 날리던 선교사들이 ‘은퇴 전선’에서는 낙오자로 전락하고 있다. 현장 선교사들 사이에선 ‘사후(死後)대책은 100%, 은퇴대책은 0%’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선교지로 달려갔건만 은퇴 후 기다리는 것은 경제적 빈곤과 불안한 주거, 일자리 상실이다. 

미국 해외선교연구센터(OMSC) 김진봉 선교사가 발표한 ‘한국 선교사 은퇴 설문조사’에 따르면 총 346명의 선교사에게 은퇴를 준비하고 있냐고 묻자 47%는 ‘조금’, 31%는 ‘아니다’, 19%는 ‘전혀 아니다’고 답했다. 제대로 은퇴 준비를 하고 있는 이는 3%에 불과했다. 은퇴 준비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48%가 ‘돈이 없다’, 22%가 ‘은퇴 준비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13%가 ‘하나님께서 미래를 책임져 주실 줄 믿는다’ 등으로 답했다. 은퇴 후 한국에 살 집이 있냐는 질문에는 65%가 ‘전셋집도 없다’고 답해 상당수 선교사들이 노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선교계는 아직 뾰족한 대안이 없다. ‘은퇴 없이 현지에 뼈를 묻는다’는 원칙만 되뇔 뿐이다. 이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2006년 개최한 한국선교지도자포럼에서 나온 가이드라인이다. 포럼에 참석한 선교사들은 ‘가급적 은퇴 연령 없이 사역하다가 현지에 묻힌다’는 방안을 압도적인 의견으로 채택했다. 은퇴 목회자 은급·후원도 힘든 판국에 은퇴 선교사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시기상조란 이유에서다.

이 가이드라인은 일견 바람직해 보이지만 비현실적이다. 선교지의 여건이나 개인의 건강 등 다양한 이유로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 적지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후배 선교사나 현지인에게 리더십을 넘기고 떠나는 게 선교사의 책임이라는 점에서도 여생을 무조건 선교지에서 보내라는 것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 선교사들은 한국이든 제3국이든 결국 선교지를 떠나야 할 사람들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은퇴자들 쏟아진다=한국선교연구원(KRIM)이 지난해 발표한 ‘한국선교 현황’에 따르면 한국교회가 파송한 선교사 1만9798명(2012년 기준) 중 60대 이상은 7.2%다. 이 연령층은 2011년 4.9%, 2006년 3.8%에 불과했다. 현재 활동 중인 선교사들은 40∼50대가 가장 많다. 국내 최대 선교사 파송단체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에 따르면 총 2365명의 파송 선교사 중 40∼49세가 950명(40.1%), 50∼59세가 917명(38.7%)이다. 60대 이상은 299명으로 전체의 12.6%를 차지한다. 10년 후엔 60대 이상이 절반(51.3%)을 차지할 것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선교계에서는 앞으로 10년 후 20년 내에 은퇴하는 선교사(65세 기준)가 1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은퇴 선교사들이 급증하는 이유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파송된 선교사들이 월등히 많았기 때문이다. 이 무렵 해외여행 자유화와 한국교회 부흥의 결과로 선교사들이 봇물 터지듯 해외로 향했다. KWMA가 집계한 ‘선교사 파송 수 증가현황’에 따르면 선교사들은 96년 3372명에서 2003년 1만1614명으로 7년간 8000명 이상 증가했다. 

OMF선교회 손창남 선교사는 “요즘 은퇴하는 선교사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라며 “앞으로 은퇴자가 많아지면 대책이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선교환경 변화에 주목해야=세계 선교환경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한 선교지에서 일생을 보내는 게 쉽지 않다. 선교사의 입·출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많아졌고 자연재해와 질병, 테러 등이 발생하면서 평생 선교지 개념도 사라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경제의 악화, 한국교회의 정체 등으로 지속적인 후원 보장도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선교사들의 선교활동은 위축되고, 은퇴 후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은퇴 후에 대한 불안은 선교현장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선교활동을 중도에 포기하고 귀국해 다른 직업을 갖거나 선교지에서 일군 재산을 사유화해 노후 대책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주안대학원대 김종성 교수는 “선교사들이 파송을 받을 때 소명을 가졌다면 은퇴할 때도 소명이 있어야 한다”며 “은퇴 대책이 없다고 선교지에 계속 머물게 하기보다는 명예롭게 은퇴해 제2의 사역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박재찬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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