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농아축구팀 호주 방문은 통일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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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밀알’ 이민교 감독(왼쪽 파란색 운동복)이 지난달 13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북한·호주 농아축구팀 친선경기’에 앞서 시드니 인근 맨리 해안에서 북한 농아축구팀 선수들과 포즈를 취했다. 북녘밀알 제공

지난달 13일 호주 시드니올림픽파크 에슬레틱센터. 북한과 호주의 농아(청각장애인)축구팀 친선경기가 한창이었다. 5000석 규모 경기장에 3122명(운영자 측 집계) 관중이 입장해 응원을 보냈다. 전반을 세 골이나 호주팀에 내준 북한팀은 후반 들어 반격에 나섰다. 6분 만에 호주 수비의 반칙으로 패널티킥을 얻어냈고, 김효일 선수가 천금같은 한 골을 터트렸다. 경기 결과는 4대 1. 창단 35년 역사의 호주팀이 승리했다. 관중들은 경기 후 북한팀에 갈채를 보냈다. 경기 내내 몸을 아끼지 않았던 투지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경기에서 북한팀 사령탑 이민교(51) 감독은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새말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번 북한 농아축구팀의 호주 방문은 통일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북한팀이 호주에 가게 된 것은 하나님이 하신 일”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남북한 교류단체인 북녘밀알 대표인 이 감독은 목사이기도 하다. 그가 북한 농아축구팀 감독이 된 것은 2013년 10월 18일 평양에서 조선장애자보호연맹 장애인체육협회 관계자들과 만나 북한 최초의 농아인 축구팀을 만들기로 합의하면서다. 이 감독은 이후 몇 차례 평양을 드나들며 선수를 선발했다. 후보 선수 없이 딱 11명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3월과 6월, 10월 총 세 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집중훈련을 했다.

“세 번 연습하고 한 골 넣은 게 놀랍지 않으세요? 농아인 축구 훈련은 발로 하는 게 아니라 손으로 합니다. 연습은 럭비처럼 했어요. 일종의 술래잡기랄까요.”

그는 농아축구 감독만 18년을 해왔다. 2005년부터 카자흐스탄 농아축구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으며, 앞서 8년간은 우즈베키스탄 농아축구팀 감독을 역임했다. 이번 북한 농아축구팀에서는 그간 노하우를 쏟아부었다. 기술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훈련하면서 ‘얼싸안기’란 말을 알려줬습니다. 상대방의 얼과 정신을 감싸안는 게 얼싸안기잖아요. 우리가 남북통일의 주역이 되자고 했어요.”

그가 본격적으로 북한 농아축구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2년 12월 3일, 비정부기구(NGO)인 푸른나무 해외협력본부장 자격으로 평양학생소년궁전에서 열린 세계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면서부터다. 이 감독은 그때 북한 장애인을 처음 목격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북한엔 장애인이 없다’고 밝혔지만 실제는 달랐어요. 시각·청각·지체 장애인들이 많았어요. 슬픔이 밀려오는데 한반도가 마치 장애인처럼 보였어요. 허리신경이 마비된 중풍병자였죠.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소통이 안 되는 청각장애국가 말입니다.”

그로부터 1년. 그는 감독이 됐다. 북한 내 장애인은 175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 분단된 한반도를 다시 일으키는 일에 장애인부터 나서자고 결심했다. 올해는 분단 70주년. 이 감독은 올 8월 15일에 ‘남북한 장애인 축구대회’를 개최하자고 통일부에 제안서를 내려고 한다. 

이 감독은 인터뷰 내내 ‘패스한다’는 표현을 많이 썼다. “축구의 묘미는 패스입니다. 남북한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아픔을 공유하면서 사랑을 패스했으면 좋겠어요. 돈이나 정치가 아니라 사랑과 가슴으로요.”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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