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주고 성경을 산 아이(2015. 7. 31 원정하 목사의 인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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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지난주 주일(7월 26일), 마히마 교회 아동부는 달란트 시장을 했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경험이라 아이들도 큰 기대와 즐거움으로 모였고, 청년들도 더욱 자신감 넘치게, 즐겁게 일했습니다. 예상보다 두 배가 넘게 몰려와서, 청년들도 교사들도 즐거운 비명을 질렀습니다.
저희 어린이 사역에서는 정시까지 늦지 않게 오면 1 달란트를 받습니다. 또 조퇴하지 않고 끝까지 남으면 역시 1 달란트를 줍니다. 그 외에 매주 숙제로 내 주는 암송구절을 잘 외워오면 1 달란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가장 모범적인 아이는 한 주에 세 달란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즐거운 달란트 시장) (달란트. 뒷면은 요한복음 3장 16절입니다.)

그리고 일 년에 한 번씩(어린이 사역이 세 곳이니 저희 입장에서는 1년에 세 번) 달란트 시장을 엽니다. 그날, 한국에서 온 구호품들과(한국 절제회, 반월 중앙 감리교회와 감곡 감리교회), 약 10만원의 재정을 들여 따로 사온 생필품과 학용품, 장난감 등을 달란트를 받고 파는 것입니다. 거기에 기증받은 물건들도 둡니다. 청년들은 그날의 상인이 되구요.
예전 기도편지에도 적었지만, 달란트 시장을 하는 이유를 한 번 더 소개하겠습니다.
사실 생각 같아서는 다 떨어진 옷을 입고 맨발로 교회에 오는 아이들에게 매주 학용품도, 신발도, 음식도 나누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금이나 물품을 나누어주며 복음을 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불법입니다. 그래서 우리 청년들은 가끔 사역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슬럼을 예고 없이 방문해서, 입을 꼭 다물고 물품을 나눠주고 옵니다.(20분 안에 다 끝납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복음을 전할 수 없는 것과, 또 받는 이가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오늘의 MVP상인, 뚜샬)(달란트 시장을 기다리는 아이들. 베트맨 옷은 석정이입니다.)

얼핏 듣기로, 어떤 곳에서는 자선 물품들을 일종의 ‘자존심 유지비'(?)로 약간의 돈을 받고 파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즉 100루피 가치는 될 옷을 10루피에 나누어주고, 그렇게 해서 생긴 재정도 다른 곳을 돕는데 쓴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각 물건의 원래 가격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고, 또 그 돈조차도 부담스러운 이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그런 물건들이 사재기되어 다른 곳에 팔리거나 범죄자들의 돈세탁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 공짜로 후원 받은 것을 돈 받고 판다는 시비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거저 주든, 약간의 돈을 받고 팔든, 주변의 소상인들(예컨대 옷을 파는 슬럼사람)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참, 선한 일을 하려고 해도 제약이 큽니다. 복음만 전하고 물질을 나누지 않으면, 저 외국인들은 부유하게 살면서 돕지 않고 말로만 전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물질을 나누면, 저 선교사는 돈으로 사역한다는 말을 듣기 쉽습니다. 이래저래 사역이 물질과 연결되면 어려워 집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도입한 것이 달란트 시장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동부 예배를 드리는 아이들) (송기태 목사님의 기도로 달란트 시장을 열었습니다.)

모든 게 풍족한 한국 교회에서의 달란트 시장은 레크레이션의 의미가 크지만, 인도의 아동부에서는 구제사역의 의미가 큽니다. 또한 ‘쇼핑’이라는 경제주권을 거의 행사해 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교육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가장 많은 아이가 60달란트 정도를 갖고 있었습니다.(평균20~30달란트) 우리 청년들은 거기에 맞춰 물가를 정했습니다. 택도 뜯지 않은, 비닐에 쌓인 한국제 아동복이 한 벌에 5달란트, 노트와 연필, 지우개 세트는 3달란트에 팔았습니다. 미니카 등 작은 장난감은 한 개에 두 달란트 정도로 책정 했구요.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가진 달란트가 줄어들면 파격적인 세일을 했습니다. 결국은 다 나누어 주는 것이 목적이라 옷 한 벌에 1달란트, 리본이나 미니카는 두 개에 1달란트까지 깍아 주었습니다.(결국 모두 다 팔았습니다.)
특별 선물에는 ‘샤파 연필깍이’와 ‘의사놀이 세트’(각각 30달란트), ‘공주 인형세트’(50달란트), ‘축구공’(60달란트), ‘크리켓 공’(40달란트)이 있었습니다. 이런 것은 달란트가 많은 아이들 중 형제자매, 혹은 같은 동네 아이들이 같이 사서, 함께 갖고 놀기를 바라며 값을 높게 책정했습니다. 물론 언제나 제일 먼저 품절되는 곳은 특별 선물 코너입니다.
(아동복 코너의 이현국 전도사님 부부, 임정아 사모님, 황사랑 자매)
(50달란트 짜리 특별 선물 중 하나, 공주 인형 세트)

그리고 특별 선물 코너에는 가죽과 금빛 종이로 된 고급 힌디어 성경이 다섯 권 있었습니다. 각 권에 50 달란트. 이것들은 파장 때 까지 한 달란트도 깍아 주지 않았습니다. 첫째, 성경의 가치를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고, 또 혹시 나중에 주게 되더라도(와! 이거 50달란트 짜리 였던 것인데)하는 마음이나마 남겨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설마 팔리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저번 마페 슬럼 달란트 시장 때도 한 권도 팔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달란트 시장 때에는, 놀랍게도 성경이 세 권이나 팔렸습니다. 그것도 전혀 호객을 하지 않았는데, 거의 장을 연 지 5분 안에 팔린 것입니다. 저는 놀라움과 감동을 느끼며,감히 ‘우리가 아동부 사역을 잘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순결한 믿음에 겸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얼마나 가난한 환경에서 사는지, 그리고 한 달란트 한 달란트 모으기 위해 어떻게 암송 구절을 적어가서 외우고, 또 어떻게 주일 아침잠을 희생해 가며 교회에 왔는지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개중에는 종종 학교도 빠져가며 아동 노동을 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고, 멀리서 힘들게 찾아와야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50달란트로 성경을 사는 상기따. 기특해 하는 공숙자 목사님) (2등으로 성경을 산 시마)

50달란트면 새 옷이 열 벌이었습니다.(위아래로 다섯 벌) 혹은 비교적 싼 값에 나왔던 생필품을 산타클로스 자루만큼 가져갈 수도 있었고, 꿈에서나 볼까 했을 스포츠 용품이나 중산층 아이들의 장난감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밭에 감추인 보화를 찾듯,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성경을 샀습니다. 읽어본 적도, 잘 읽을 수도 없으나 항상 설교자들의 손에는 들려져 있었던 그 말씀을 사모했던 것입니다.
성경을 선택했기에, 거의 빈 손으로 집에 가는 아이들. 양손 가득 봉지와 가방 가득 선물을 이고 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두 손으로 성경만 꼭 잡고 가는 아이들.. 생각같아서는 성경 값을 확 깍아주거나, 몰래 예쁜 물건 몇개라도 주고 싶은 것을 꾹 참아야 했습니다. 그 귀한 결정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는 없기때문이었습니다.
성경을 산 아이들의 이름은 상기따, 시마, 라니입니다. 이 아이들의 손에 들려진 하나님의 말씀이 매일 읽혀지고, 기억되고, 마음에 심겨져서 인도의 영혼들을 살리는 열매가 맺어지기를. 많은 아이들이 달란트를 받기 위해 교회에 나왔지만, 성경을 사기 위해 달란트를 모아온 아이들도 있습니다. 말씀이 이 아이들의 희망이듯, 이 아이들이 인도의 소망입니다.
(열정적으로 봉사하는 청년들) (사역을 마치고 – 안양 감리교회 윤한승 장로님께서 후원해 주신 유니폼을 입고)

저희가 이 아이들을 위해서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해 주세요. 더 많은 이들에게 복음이 전해지고, 또 기독교 교육이 주어지고, 슬럼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그리고 그것을 위해 쓰임 받는 선교사들이 되기를.. 저희를 항상 기억하고 기도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주님의 평화!

ps 저희 사역과 인도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는 오프라인 중보기도 모임(인도 비전그룹)이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열한시에 서울 4호선 상계역(또는 7호선 중계역) 근처 옥토 감리교회에서 12년째 모이는 중입니다. 참석을 희망하시는 분은 김영수 전도사님(01064896926)이나 정덕영 목사님(01056565812)께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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