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디고운 여인이여
유정미
고결한 숨결이 담긴 생애
잔잔히 흐르는 인생 길
긴 시간 서서히 멍울진 몸
거친 병균이 솟구쳐
의사의 손길에 안주한다.
이 생의 끝자락에 매달려
하얀꽃이 피는 살결
긴 슬픔에 눈동자만 꾸벅꾸벅
병실도 침묵에 무릎 꿇는다.
살구꽃처럼 뽀얀 얼굴
백자를 닮은 맑은 웃음
형형색색 옷자락에 휘감기던
그 몸태는 사해에 묻고
병균에 쪼그라든 쓰디쓴 미소만이
병실에 둥둥 떠돌아 다닌다.
꽃보다 더 고운 가족 사랑
일인지 헌신인지 희생인지
억센 균에 오그라들고
메마른 입술에
눈물만이 주루룩 흘린다.
곱디고운 여인이여
가족을 내몸보다 더 보살핀 여인이여
타인을 배려하던 여인이여
남에게 사랑만 베풀던 여인이여
주님께 경배와 찬양 드리던 여인이여
그대는 존귀한 여인
그대가 나의 엄마이기에
잔잔한 호수에 잠겨도
거센 폭풍우가 밀려 와도
나는 옹달샘의 이슬을 먹은
꽃사슴처럼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