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내전 – 종족문제로 전개되지 않도록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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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분쟁, 민간인 겨냥한 증오범죄로 확대

정치적 갈등으로 촉발된 남수단 분쟁이 민간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로 번지고 있다. 정부군과 반군은 군사적 교전에 멈추지 않고 서로 상대 종족 주민을 처형하고 성폭행하는 등 복수극을 벌이고 있다. 곳곳에선 시신 수십구가 버려지듯 묻힌 대규모 무덤이 발견됐다.

독일 베를린의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24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벤티우 학살 현장을 방문한 유엔 직원이 시신 34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무덤 한 곳에서 14구가 나왔고 인근 다른 장소에서 나머지 20구가 발견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같은 장소에서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건 대량 학살이 벌어졌음을 암시한다.

벤티우는 반군이 장악한 북부 핵심 유전지대 유니티주(州)의 주도다. 반군과 정부군 간 교전이 가장 치열한 지역 중 하나다. 이번에 발견된 사망자들은 정부군 소속 딩카족이라고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대변인은 AP통신에 설명했다. 유엔은 실종된 딩카족 군인 74명도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유엔 남수단임무단(UNMISS)은 작은 전투에서 15명이 숨진 게 부풀려진 것이라며 대규모 무덤 발견 사실을 부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UNMISS는 (군인들이 벌인다는) 불법 살인 등에 여전히 깊은 관심을 갖고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남수단에서 벌어지는 유혈충돌은 딩카족 출신 살바 키르 대통령과 누에르족 출신 리에크 마차르 전 부통령의 대결구도로 시작됐다. 마차르 전 부통령은 키르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판하다 지난 7월 해임됐다. 누에르족이 주축인 마차르 지지 세력은 지난 15일 군사반란을 일으켰다.

정쟁으로 시작된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종족 분쟁 양상을 띠고 있다. 딩카족과 누에르족은 각각 남수단 인구의 15%, 10%를 차지하는 양대 부족이다. 이들 부족은 2011년 남수단 분리 독립 이후 원유 이익 분배를 놓고 갈등을 벌여왔다. 남수단 분쟁에는 종족과 이권 문제가 얽혀 있는 것이다.

수도 주바에서는 정부군이 가택 수색을 벌이며 마차르 전 부통령의 출신 부족인 누에르족을 죽이고 성폭행까지 저질렀다는 목격자 증언도 나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정부군에 체포됐다가 탈출해 유엔 기지로 대피한 2명은 “정부군이 누에르족 250여명을 경찰서로 끌고 가 총살했다”고 말했다. 유엔은 이 지역에서 대규모 무덤 2곳을 발견했다. 정부군 대변인 필립 아구에르는 “부족 간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군이 흉악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토비 랜저 유엔 인도주의 조정관은 “(유혈사태 이후 전국에서) 수천명이 숨진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성명에서 “남수단의 평화와 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도달했다”며 “적대행위를 일으키는 쪽은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 분쟁에서 군사적 해법은 없다”며 “이것은 정치적 위기이고 평화적·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키르 대통령과 마차르 전 부통령에게 각각 전화해 적대 행위 중단을 요청했다. 미국 영국 노르웨이를 비롯한 서방과 에티오피아 등 남수단 이웃 국가는 특사와 상주 외교사절을 통해 정부와 반군의 평화회담을 추진 중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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