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피지 섬에서 10월에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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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지개
지금 부터 사십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는 물지개를 짊어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물지개는 이젠 아득한 옛날 이야기처럼 들려진다.
추억 속에 물지개를 오늘 만들었다.

물지개를 만든 이유는 버림받아 갈 곳 없고 씻을 수 없는 노숙을 하는 장애인들에게
세수라도 하고 또 냄세 나지 않도록 씻을 수 있는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 물지개를 만들었다.
이제 물지개로 약 80리터의 물을 공급할 계획이다.
날마다 기도하기를 저들도 씻을 수 있도록 기도했다.
기도했으면 이제 실천을 하자!
저들도 냄새가 조금이라도 덜 나도록 씻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나 스스로가 짐을 지는 물지개를 만들었다.

처음 저보는 물지개는 서툴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어제 물지개를 만들어 오늘은 물 50리터를 져보니 역시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시장에 있는 공동수도에서 물을 받아 와야 하기 때문에 물지개를 져야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물지개를 지고서 물을 나르니 시장 사람들과 길을 가는 사람들
심지어는 도로를 달리는 운전자들까지 모두가 쳐다본다.

이들에게는 처음 보는 물지개요 또 동양의 신사 목사가 물지개를 지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그래도 내가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것은 나를 위해 채찍에 맞으며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향해 가시는 우리 주님 때문이다.
난 물지개를 지고서 가만히 걷지 않고 뛰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물지개를 지고서는 반동을 이용해서 가야 하기 때문에 뛰어가야 하는 것 이었다.
산동네를 오를지라도 물지개를 지고서는 뛰어야 했던 물장수들의 삶을 이제야 이해가 된다.
우리 성도들의 삶은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지고서 뛰면서 살아가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성도들을 위해 더 기도해야겠다.
이제 내가 조금 힘들므로 저들에게서 냄새가 덜 났으면 좋겠다.
우리는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 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장애자가 되어 가족들에게 까지 버림을 받았지만 분명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하나님의 백성들이다.
하나님의 백성들을 섬기는 일에 감사하며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하자!

빈 지갑을 아신 하나님
아침 배식을 하고 끝나면 시장에 가서 식재료를 사야겠다고
집에서 지갑을 열어 보았더니 10$(약6000원) 짜리 지폐 한장이 남았다.
오늘은 은행에 가서 확인을 해봐야겠다 생각하고 집을 나서 쉴터에 가서
배식을 하며 함께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데 낮선 현지인이 찾아 왔다.

나는 순간에 아마도 출근하면서 지나가다 식사하는 모습을 보려고 하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맙다면서 조금이지만 보태쓰라고 하면서 꼬깃꼬깃 한 돈을 손에다 꼭 쥐어주고 간다.
난 20$의 종이 지폐가 보여서 20$ 인줄 알았다. 집에 와서 펴보니 20$ 보다 더 많은 100$ 이나 됐다.
난 깜짝 놀랐다. 이 돈이라면 여기서 일반 노동자에게는 일주일의 임금이다.
피지 현지인들에게는 아주 큰 돈이다.
지난 달에 후원금이 48만원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도 감사하다.
감사하면서도 내심 나의 작은 신음에도 외면하지 않으시고 속히 들으시는 하나님을 어찌 내가 찬양하지 않으랴!
이제 감사함으로 가서 쌀을 사와야겠다.

병원의 소동
어제 오후 배식을 하는데 사두가 많이 아프다고 한다.
그러면 병원에 가자고 했더니 가겠다고 한다.
병원에 가려면 너의 그 긴머리와 긴턱수염을 깎아야 한다고 했다.
왜냐 하면 더러우면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더니 머리와 턱수염을 깎게다고 한다.
내일 아침에는 머리와 턱수염을 깎고 병원에 가자고 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사두의 약 오개월 동안 깎지 않았던 머리와 긴 턱수염을 깎고 있다.

아마도 아프기는 몹시도 아팠던 모양이다. 그렇게 깎지 않겠다고 버텼는데,
머리를 다 깎고 나서 용달차를 불러서 용달차 짐칸에 태우고 병원에 갔다.
용달차 짐칸에 태운 이유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므로 악취가 너무 심해서 용달차도 태워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뒤에 짐짝처럼 짐칸에 탓다.

병원에는 의사가 진찰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간호원들이 진찰부터 모든 일을 하고 있다.
의사는 아마도 인턴하고 있는 사람 같다.
좁은 진찰실은 곧바로 역한 악취가 풍기기 시작했다. 간호사가 견딜 수 없는지 마스크를 한다.
그래도 견딜수 없어 이젠 목욕을 시킨다.

이곳은 의료시설과 의술역시 엉망이다. 하지만 어쩌랴! 병원비가 무료이니 그러려니 해야지!

찾아온 핏줄
그동안 수렌이라고 하는 친구에 대하여 궁금했다.
그의 자매들이 멀리 호주에서 찾아 왔다.
수렌의 나이도 모르고 있었으나 오늘 수렌의 누나들을 만나 그의 본명과 나이를 알게 되었다.

그의 본명은 Rohit Narayan이라고 한다.
그의 나이를 나는 어림짐작으로 40중반으로 보고 있었다. 오늘 그의 나이가 40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들의 아픈 마음을 오늘 읽었다.
나는 그들의 아픈 마음을 어찌할 수 없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타내어 보여주고 증거하는 것 밖에…
그들은 핏줄 이기에 다시 찾았으나 또 다시 핏줄을 두고 떠나야 하는 아픈 마음의 현실을 나는 그들에게서 다시 보았다. 그들의 아파하는 그 아픔이 나에게 가슴이 저미어지도록 전도 되어 온다.

이렇게 기도 해주십시오!
1. 이들과 함께 따뜻한 밥 한 그릇 나눠먹는 일이 끝까지 할 수 있도록.
2. 이들과 또 더 많은 장애인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섬기는 삶을 실천할 수 있는 선한 조건이 주어지길.
3. 현재의 이 땅을 버림받은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관이 세워지도록.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아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마25:35,36).
남태평양 피지 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종 신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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