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태권도 선ㄱ사” – 원정하 목사의 인도이야기(2013년 8월 셋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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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얼마 전 기도편지에서 말씀드렸듯이, 저와 이명길 선ㄱ사는 태권도 교사로서 비자를 받았습니다. 인도 전체에 교파를 초월해서 다섯 분의 태권도 선ㄱ사가 계셨는데 저희가 와서 일곱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은, 단언컨대 한국 선ㄱ 역사상 정식으로 태권도 선ㄱ사로 파송 받은 이들 중에 가장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중에 제일은 바로 저, 원정하 목ㅅㅏ입니다. 

보통 태권도 선ㄱ사가 되려면, 최소한 4단에, 지도자 자격증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기본적인 ‘사범’의 자격입니다. 하지만 이명길 선ㄱ사는 파송 칠 개월 전에 CCC 산하 태권도 선ㄱ회 TIA(Taekwondo In Action)를 통해 태권도 선ㄱ사의 사명을 받았고, 그 후로 출국 일까지 거의 도장에서 숙식을 하다시피 하며 수련 했지만 결국 군대에서 딴 1단 위에 1단을 더해 공인 2단으로 인도를 밟은 게 최선이었습니다. 

제 경우는 더욱 참담합니다. 저는 다른 비자가 취소되는 바람에 출국 열흘 전에야 부랴부랴 태권도로 비자를 받았거든요. 파송을 대비해서 태권도를 준비할 시간은 이선ㄱ사보다 더욱 짧았던 샘입니다. 원래 실력이라면 초등학교 5학년 때 검은띠(2품)를 땄고, 그리고 군대에서 잠시 해 본 것뿐입니다. TIA프로그램도 수료는 했지만, 저는 외국인 수련생을 위한 통역 봉사 위주로 활동했습니다. 

결국 저는 열두 살 때 따서, 삼십대에 다시 허리에 둘러보는 검은띠.. 빈말로도 잘한다고 하기 어려운 수준의 태권도. 가볍지 않은 몸으로 120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다행히 목사로, 또 가장으로서의 역할들을 감당해야 하는 저에 비해 독신인 이명길 선ㄱ사는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게다가 태권도 실력도 저보다는 월등합니다. 그러다보니, 태권도를 통한 사역은 주로 이명길 선ㄱ사가 감당하고, 저는 옆에서 돕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번 주부터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저도 태권도 사역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올 10월 초에 델리에서 제 1회 한국 대사배 태권도 대회가 열리고, 우리가 거기에 참가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도에서 한국 국기원에서 주최하는 첫 공식 행사라고 합니다. 원래 이명길 선ㄱ사는 여기에 선수로 참가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워낙 실력자가 부족한데다 한국인이라는 메리트가 더해져서, 선수가 아니라 심판으로 뽑히게 되었습니다. 이곳이 인도였기에, 공인 2단의 서른 한살 청년이 국기원 주최 공식 태권도 대회에서 심판을 맡는 큰 명예를 얻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 엄청난 미션을 부여받았습니다. 우리 마히마 국제 기독학교의 태권도 코치로서, 공숙자 목사님의 딸 수지를 선수로 훈련시켜 수도에서 메달을 따와야 하는 것입니다.(이명길 선ㄱ사는 심판이라 시합 때는 코치를 할 수 없죠.) 즉 이명길 선ㄱ사는 심판으로, 저는 코치로 델리 대회에 나가게 된 것입니다. 

우리 학교 대표선수 수지는 수라즈 방게라 목사님과 공숙자 선ㄱ사님의 딸입니다. 동년배에 비해 키도 크고 체력도 괜찮은 편입니다. 게다가 한국에 유학한 이년동안 태권도를 매일같이 수련했기 때문에 비교적 감각도 있습니다. 만약 이번 대회에 참전하는 선수들의 실력이 저희가 봐 왔던 종합 무술대회나 동네 가라데 도장 아이들 정도라고 가정하면, 메달 획득도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인 사범님들에게 몇 년씩 제대로 배운 선수들이 나온다면,,? 우리에게 8주 배운 것 정도로는 첫 게임에서 K.O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렇게 코칭 전략을 짰습니다. 
경험도 시간도 부족하니, 욕심 부리지 말고 딱 세 개만 가르기로. 

처음 삼주 : 가만히 있는 상대에게 ‘빠른 발차기’로 선제공격 하는 것 가르치기
다음 두주 : 공격해 오는 상대에게는 ‘뒷차기’로 반격 하는 것 가르치기 
다음 두주 : 상대와 붙었을 때 ‘회축’ 발차기 하도록 가르치기. 
마치 가위, 바위, 보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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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야. 분명 너보다 더 잘하는 아이들이 온다. 출전자의 절반은 첫 게임에 져서 탈락하지. 그럼 그동안의 모든 훈련, 장거리 여행 등은 다 수포가 된다. 만약 대진 운이 안 좋으면 첫 경기에 최강자를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너에겐 최소한 한 번의 공격 기회가 있다. 인사하고, 심판이 ‘시작!’이라는 소리를 내자마자 바로 2m 전방의 상대 선수를 빠른 발차기로 가격해라. 아마 상대는 뒷차기로 받겠지. 하지만 상대의 뒷차기보다, 같은 발차기만 3주간 수련한 네 ‘빠른발차기’가 더 빠를 거다. 그 한 번의 공격을 위해, 넌 수천번을 차야 한다.” 

저와 수지가 진짜 시합때와 같은 거리로 마주봅니다. 그리고 심판(이명길 선ㄱ사)가 인사를 시키고, “시작”이라고 외치자마자 바로 빠른 발차기로 선제공격을 하게 합니다. 이것을 한주 넘게 계속 반복시키니 그 기술 하나는 점점 빠르고, 정확하고, 강해집니다. 그렇게 30번 차고 20초 휴식, 이렇게 세 세트(90번)을 찬 후에는 2-3분 휴식, 그렇게 세 번을 반복시켜 매일 270번을 차게 하고 있습니다. 중간 중간의 짧은 휴식 시간에는 태권도 시합 동영상들을 보여주며 상황 설명, 전략 설명, 이미지 트레이닝을 병행합니다. 

“첫 발에 상대가 안 맞으면 어떻게 해요?” 
“발 바꾸거나 위치 바꿔서 다시 빠른 발 차.”(연습 실시!) 
“상대가 공격하면요?” / “그때 쓸 뒷차기는 다음 두주 동안 매일 300번씩 찰거다.” 
“으 – 악 ㅠ0ㅠ”

이렇게 현제 2주차 훈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발차기를 할 때 자기 다리 무게도 버거워 하고, 윗몸일으키기도 몇 개 못하던 아이가 발차기 270번을 차고 윗몸일으키기도 처음의 세배를 하는 것을 볼 때는 참 뿌듯합니다. 무엇보다 수지가 힘든 훈련을 즐겁게 참가해 주니 재미있고 기쁩니다. 저 스스로도 선수로서 뛰어났던 적은 없지만, 트레이너로서로서의 달란트는 또 다른 것이구나 싶기도 하구요. 감히 ‘히딩크 감독도 선수 시절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니까.. ’라는 생각까지 해 봅니다. 

우리는 이렇게 델리 대회의 메달을 향해 매일 강행군을 하고 있습니다. 선수가 힘들지 코치는 체력소모가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해보니까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저도 마치 출전하는 사람처럼 온 몸의 근육이 배기고 쑤십니다. 

수지가 메달을 따면 학교에 큰 명예가 됩니다. 그리고 상품이 현대자동차라는 소문도 있습니다.(대회 스폰서가 현대자동차입니다.) 우리 사역이 꼭 필요로 하는 0순위 물품이죠. 게다가 제자의 수상 경력은 저희가 앞으로 태권도 선ㄱ사로서 비자를 갱신하고 연장할 때 중요한 스펙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대회를 통해서 누구를 만나게 될 지, 어떤 사역의 문이 열릴지는 하나님만 아실 것입니다. 참 재미도 있고, 열정도 솟아오릅니다. 

하지만 제 마음 깊은 곳에서는 제 달란트, 그리고 제게 친숙한 분야와 전혀 다른 ‘태권도’라는 영역이 부담스럽습니다. 솔직히 저에게 태권도사역은 가장 긴장되는 시간입니다. 인도인 중에는 우리보다 단이 높은 사람도 많습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괜히 실력이 들통날 것 같은 두려움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평생 열심히 수련해 봤자 한계가 너무 뚜렷하구요. 도복만 입고 나가면 ‘마스터 마스터’하는 외치며 따라오는 아이들.. 한국인 마스터와 사진 찍겠다고, 저보다 훨씬 실력 좋은 이들이 줄을 서는 것은 어떻구요. ‘아.. ㅜㅜ 내가 진짜 태권도 고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 게 한 두번이 아닙니다.’ 

생각해 보면 기가 막힌 일입니다. 

YWAM에 친숙한 저희가 C.C.C에서(TIA는 CCC산하 단체입니다.)파송장을 받게 된 것도, 운동 싫어하며 말하고 글 쓰는데 익숙한 제가 자그마치 태권도 선ㄱ사라는 것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면서, 저는 종종 이런 질문을 드려봅니다. 

“왜 때로는 제가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잘 못하는 것으로 주님의 일을 하게 하시는 건가요?”

그리고 가끔은 이러한 주님의 말씀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정하야. 그래야 내가 너의 어떠함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겠니?” 

저는 아마도 한국 선ㄱ 100년 역사상 가장 실력이 부족한 태권도 선ㄱ사일 것입니다. 국가대표를 무수히 길러낸 TIA의 정식 파송장을 받은 사람들 중에서는, 아마 거의 기적적인 존재가 아닐까요. 

하지만 일반인의 손에 들린 천만원짜리 미술용품보다, 피카소 손에 들린 몽당연필이 더 아름다운 그림을 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은 내가 어느 정도인가가 아니라, 누구의 손에 들려져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저는 하나님의 손에 들린 몽당연필이고 싶습니다. 특히 태권도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능력 위에 능력으로, 제 생각보다 더 크신 주님. 
그 주님을 기대하며, 한걸음씩 나아갑니다. 

주님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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