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발을 잘라버리겠다!'(원정하 목사의 인도 이야기, 2016.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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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지난 6월 5일, 저는 한달간의 한국 일정을 마친 후 귀국해서 처음으로 슬럼 사역을 가게 되었습니다. 고국에서 아름다운것, 예쁜것, 세련된 것들만 보던 저에게, 돼지떼가 쓰레기 사이를 거니는 슬럼의 모습은 새삼스러우면서도, 또 제 각오를 다지게 했습니다.
(울하스나가르 슬럼 초입)

매주 주일 저녁에 하는 울하스나가르 슬럼 어린이 사역. 제가 없는 동안, 띠빠나 전도사는 위삔, 피터 등 다른 청년들과 매주 이 자리를 지켰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도 더 늘고, 사역도 더 튼튼해 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항상, 저의 목표는 이것입니다. ‘제가 없어도 전혀 상관 없게 되는 것.’, ‘현지인이 리더가 되는 것’
제가 올라가보니, 버려져 있다시피 했던 광장에 그래도 조금 인적이 생기고, 사람도 약간 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이 모이고, 새로 산 파란 깔개를 깔고, 빔 프로젝터 세트를 펼쳐 놓았을 때, 갑자기 청년 예닐곱 명이 달려와서 저희 어린이 사역을 엎어 버렸습니다.
(동요하는 아이들)

이곳의 족장(‘묵케’라고 합니다.)은 ‘가네쉬’라는 분인데, 족장의 조카 수라지(사진에서 파란 셔츠)를 중심으로, 약간 취한듯도 한 청년들과 몰려와서 당장 나가라며, 아이들도 쫒아버렸습니다.
(파란 셔츠가 수라지, 까만 셔츠가 뷔샬입니다.)

한 아주머니가 “아이들에게 좋은것 해 주는데 왜 방해하냐!”고 소리치며 우리 편을 들었지만, 청년들은 “아줌마는 민족(사마즈)정신도 없냐?”며 더 격하게 반응했습니다. 단순히 술김에 온 게 아니라 힌두 극우단체 입김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빔 프로젝터 세트가 나뒹굴고 아이들이 해산되는 와중에, 한 청년이 저에게 두 손을 합장해서 이마 위까지 쳐들고(극존대의 제스쳐) “제발 떠나주십시오”를 연발했습니다. 우리 교회 청년들은 ‘단순히 취한게 아니라 악한 영이 들었나보다.'(그래서 목사를 알아보나보다)라고 했습니다.
(인도의 극존대 인사)

인도에서는 가장 극 존대의 인사를 할 때, 상대의 발을 만집니다.(보통 상대가 발을 만지려 할 때는 또 만류하는게 예의입니다.) 뷔샬이라는 청년은 저의 발을 만지려 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은 발을 만지며 나가 달라고 하지만 다음에 오면 이 발을 잘라버리겠습니다.”
족장 가네쉬 씨는 저희가 여기서 사역하는 것을 쭉 응원하고 용인해 왔던 사람입니다. 심경 변화 후 조카를 시켜서 우릴 쫒아내는건지, 아님 조카와 젊은 친구들만 저러는 것인지..? 다음주 쯤 다시 와서 그분과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그분 아내만 잠시 볼 수 있었는데, 몹시 놀라며 누가 감히 당신들을 건드리냐고 호의를 보였거든요. 다음주에도 꼭 오라고.. 물론 어린이들도 아우성이구요.
(족장 부인-노란옷-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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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만 해도 가뭄과 귀신소동 때문에 버려져 있다시피 했던 장소였는데, 다시 논란의 중심이 되어가나봅니다. 오랫동안 띠빠나 전도사가 가정 방문을 해 왔고, 또 의료 선교도 두 번이나 진행했고, 어린이 사역이 100여명 규모로 시작된지 이제 겨우 석달 남짓인데, 많이 안타깝습니다.
(오토바이 타고 저희 차 뒤에서 소리지르는 뷔샬)

일단 위험이 있어도, 이번주에는 꼭 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족장을 만나서 자초지중을 듣고, 옮겨야 한다면 옮길 생각입니다. 사실 그 근처에도 너무나 많은 마을들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한 마을에서 너희를 박해하면 다른 마을로 옮기라고 하셨고, 또 모든 마을을 다 다니기 전에 주님께서 오신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마10:23) 저희의 목적은 박해를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족장 및 마을의 여론이 우리를 거절하는 것이면 저희는 미련없이 발에 먼지를 떨어버리고, 다른 마을로 옮길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족장의 뜻,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뜻을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이번 주는 위험을 무릎쓰고 가야 합니다. 겨우 일부의 폭력과 일시적인 오해 때문에라면 이제 막 열매 맺히기 시작한 일을 멈추지 않으려 합니다.
저희의 신체적인 안전을 위해서는 굳이 기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도행전에 보니, 박해가 있었을 때, 첫 성도들은 안전이 아니라 다음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주여, 이제도 그들의 위협함을 굽어보시옵고 또 종들로 하여금 담대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게 하여 주시오며 손을 내밀어 병을 낫게 하시옵고 표적과 기사가 거룩한 종 예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게 하옵소서.”(사도행전 4장 29~30)
여러분도 동일한 기도를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아직 심각하게 구타를 당하거나 상해를 입은 것도 아니고, 또 그런 상황을 되도록 피할 생각이지만, 만약 다침이나 죽음으로 인해 복음이 더 전파될 수 있다면, 그것은 또 그것대로 하나님께 아름다운 일임을 믿습니다.
도리어 그 지역에 거주하는 기독청년 ‘옐람빠’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복음의 승리와 전진,
그리고 아이들의 미소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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