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구 8명 중 1명은 깨끗한 물 못 마셔 질병·죽음에 상시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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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현장 보고서 – 물은 기본권이다]세계인구 8명 중 1명은 깨끗한 물 못 마셔 질병·죽음에 상시 노출

유엔은 지난해 발표한 한 보고서에서 식수와 관련된 ‘밀레니엄 개발목표’를 이미 달성했다고 자축했다. 유엔의 당초 계획은 2015년까지 안전한 식수와 기본적인 위생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인구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엔이 축하주를 들기에는 물 부족 국가 주민들의 실상이 여전히 참혹하다. 전 세계 8억4000만여명은 흙탕물을 마시거나 분뇨로 오염된 수도관에서 물을 받아 마신다.

지구상에서 깨끗한 물을 넉넉하게 쓰고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경계는 대륙·지역별로 나뉜다. 또 물이 모자라는 나라 안에서도 부유층과 빈곤층, 도시와 시골, 남성과 여성이 짊어져야 하는 고통의 무게가 각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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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하라 이남 33개 국가

주민 25% 화장실 없고 91%는 상수도 사용 못해

▲ 설사병 사망자 88%는 오염 식수·화장실 때문

가장 열악한 곳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유엔이 지난 3월 ‘최소 개발국’으로 지정한 48개국 가운데 33개국이 이 지역에 있다. 사회경제적 발전 정도가 떨어지는 사하라 이남의 최저개발국에선 10명 중 1명이 강·호수·연못 등 정수되지 않은 물을 퍼마신다. 구덩이를 파서 화장실 대용으로 쓰는 등 벽·지붕이 없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인구는 4명 중 1명꼴이다. 

전 세계에서 주택 내부로 연결된 상수도관을 통해 물을 받는 인구는 54%지만 이 지역에선 11%만이 그렇게 살고 있다. 도시가 아닌 시골에선 그나마도 3%로 줄어든다.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는 빈부격차에 따라 달라진다. 유엔이 2004~2009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35개국의 물 사용 실태를 소득 5분위로 나눠 조사한 결과 도시 지역 소득 상위 20% 주민 가운데 90% 이상이 비교적 깨끗한 물과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주택이나 토지로 상수도를 연결해 쓰는 비율은 오히려 세계 평균보다 높은 60% 이상이었다. 

그러나 시골 지역 소득 하위 20% 주민 가운데 상수도를 써본 경우는 없었다. 벽·지붕이 없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인구 비율도 60%를 웃돌았다. 

수도가 없으면 집 밖에 있는 대형 물탱크나 강으로 물을 찾아 나서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이 지난해 발표한 공동 보고서를 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25개국에서 물 떠오는 책임은 여성(62%)이 가장 많이 부담하고 있고, 남성(23%)과 소녀(9%), 소년(6%)이 뒤를 이었다. 이 25개국 여성들이 매일 물 받는 데 소비하는 시간은 1600만시간 이상으로 추산된다.

유엔 총회는 2010년 깨끗한 식수와 화장실을 사용할 권리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선언하면서 그 기준을 제시했다. 먼저 사람은 하루에 1인당 50~100ℓ의 물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물은 안전하고 깨끗하며 저렴해야 한다. 물 사는 데 드는 비용은 가구 소득의 3%를 넘어서는 안된다. 물이 나오는 곳이 집에서 너무 멀어서도 안된다. 수원은 집에서 1㎞ 이내에 있어야 하고 물을 뜨러 다녀오는 시간은 하루 30분을 초과해선 안된다. 물 사용 환경이 이 기준에 못 미치면 질병과 죽음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설사병으로 숨지는 사람들 중 88%가 더러운 물과 화장실 탓에 병을 얻는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5세 이하 영·유아의 경우 에이즈와 말라리아, 홍역 사망자를 모두 합한 것보다 설사병으로 숨지는 숫자가 더 많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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