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끼리 금광 쟁탈전… 수단 ‘죽음의 골드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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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끼리 금광 쟁탈전… 수단 ‘죽음의 골드러시’

올해 1월 수단 다르푸르 북부 제벨 아비르 금광 인근에서 유혈충돌 사태가 벌어져 100여명이 사망했다. 충돌의 두 주체는 모두 아랍계인 리자이가트와 베니 후세인 부족이었다. 원인은 금. 베니 후세인족이 차지하고 있던 제벨 아비르 금광을 뺏기 위해 리자이가트족 무장단체가 기습공격을 한 것이다. 이후 두 부족은 정전에 잠정 합의하기도 했지만 충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사망자만 800명이 넘고 난민은 15만명에 달한다.

수단은 2003년 이후 아랍계와 비(非)아랍계 사이의 이른바 다르푸르 사태로 인해 10여년 동안 최소 20만명이 목숨을 잃은 아픔을 갖고 있다. 내전 종식과 함께 2011년 비아랍계의 남수단이 독립하면서 피의 분쟁은 끝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또 다른 분쟁이 시작됐다. 금을 놓고 벌어지는 ‘죽음의 골드러시’가 바로 그것이다. 남수단 독립과 함께 수단은 유전지대를 잃었다. 2010년 기준으로 연간 70억 달러의 수입이 사라지면서 수단 경제는 혼돈 속에 빠졌다. 이때 찾은 수단의 생명줄이 금이었다.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다르푸르 인근 금광지대에서 약 50만명의 광부들이 금을 찾아 헤매고 있다. 지난해 수단의 금 생산량은 전년 대비 50% 증가한 50t가량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가나에 이어 아프리카 3대 금 생산국으로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 금 수출로 벌어들인 정부의 수입은 22억 달러(약 2조3500억원)로 수단 전체 수출액의 60% 이상 수준이다. 수단 광업부는 지난 2월 앞으로 수단의 금 생산량을 연간 150t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수단은 세계 10대 금 생산국으로 진입하게 된다. 과도한 골드러시는 뜻하지 않은 죽음으로 이어졌다. 금광을 차지하기 위한 부족 간 충돌 외에도 안전시설이 부족한 금광이 난립하면서 사고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5월 제벨 아비르 지역의 한 금광이 붕괴하면서 6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유엔은 올해 금광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유혈충돌에 따른 사망자의 2배에 이른다는 추정치를 발표했다. 금과 관련된 죽음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거론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영국의 리프트 밸리 연구소 마그디 엘 기줄리 연구원은 “수단 정부는 금광을 정부 통제 아래 두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단 정부는 금의 밀수출로 인한 지난해 손실을 7억 달러로 추정했다. 금으로 벌어들인 정부 수입의 30%가 넘는다. 수단 정부는 수입의 누수를 막기 위해 특정 세력이 금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우선 수백개의 금광 채굴권을 발행하면서 정부의 통제력을 키웠다. 리자이가트와 베니 후세인 부족 사이의 유혈충돌도 정부가 조장하는 측면이 강하다. 유혈충돌 당시 많은 목격자들은 리자이가트족 무장대원들이 정부 국경수비대 군복을 입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다르푸르 사태 당시 리자이가트족은 정부의 지원 속에 인종 학살을 벌인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의 핵심 세력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수단 정부가 리자이가트족을 이용해 베니 후세인족의 금광 장악을 막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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