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위구르인과 티베트인 등 소수민족에 대한 사이버공간 통제 강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달 말 발생한 천안문(天安門) 차량 돌진 사건 이후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당국은 이를 위해 소수민족 언어로 이뤄지는 음성 통화와 인터넷을 통해 발송된 문자, 이미지와 그래픽 형태로 이뤄지는 통신까지 파악해내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이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국가안전위원회를 창설키로 결정한 뒤 소수민족에 대한 통제의 고삐를 더욱 죌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던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중국은 수십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요원들이 종사하는 사이버 감시시스템을 통해 중국어가 아닌 글과 댓글을 파악해 소요사태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는 체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한번에 한 가지 언어만 처리할 수 있고 특히 이 언어를 아는 운영자가 필요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신기술 개발에 따라 한 시스템으로 여러 가지 언어를 처리하고 중국의 모든 주요 소수민족 언어를 해석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위구르어나 티베트어를 몰라도 신장(新疆)이나 시짱(西藏·티베트)에서 근무하는 보안관리들이 현지 언어로 이뤄지는 통신 등을 감청하는 게 가능해졌다. 더욱이 아랍어나 일본어 같은 외국 언어도 처리가 가능하다.
이 기술을 개발한 딩샤오칭(丁曉靑) 칭화(淸華)대 지능형이미지 및 문서정보 처리센터 교수는 “소수민족 지역에서 일하는 관리 대부분은 현지어를 모르는 한족”이라며 “신기술의 도움으로 그들은 실시간으로 직접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딩 교수는 “이 기술을 적용하면 지나쳐버리는 가치 있는 정보들을 탐지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천안문 차량 돌진 사건의 경우에도 좀 더 강한 시스템이 있었다면 암호화된 이미지를 파악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이미지 형태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메시지가 늘어나고 있다”며 “지금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 장비들은 그런 정보를 처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런던에 있는 ‘자유 티베트’ 등 인권단체들은 “새 기술이 중국 내 소수민족을 더욱 억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신장 고속철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등 신장 지역의 ‘한화(漢化)’에도 힘을 쏟고 있다. 티베트 라싸(拉薩)에서 고속철 완공 뒤 한족 상인의 대거 진출로 한족 색채가 강화된 사례를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신장에서는 지난 16일 3중전회가 끝나자마자 카스(喀什)시 바추(巴楚)현 써리부야(色力布亞)진에서 위구르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경찰서를 습격해 11명이 사망하는 등 올해에만 유혈충돌로 모두 1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됐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