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가 가져온 10가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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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로이터=뉴스1) 이준규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 합병으로 인해 러시아와 서방진영의 해묵은 냉기류가 다시 퍼지고 있다.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이외에도 구소련 영토였던 동유럽 지역의 합병을 꿈꾸는 징후가 보이면서 양측의 긴장도는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 세계에 가져온 10가지 변화를 살펴보자.

1. 러시아의 약화

국제적인 사건에서의 러시아의 역할이 감소되고 있다. 러시아는 사실상 주요8개국(G8)에서 배제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에너지기구(IEA) 가입 노력도 물거품이 됐다. 서방진영은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모두 취소한 상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고립을 완화해보려 브라질·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BRICS 국가들을 탈출구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각각 티베트와 카슈미르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크림공화국 합병을 배아파 하면서 이 노력은 별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BRICS는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는 비판했지만 크림공화국이나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2.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부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임무가 끝나가면서 관여할 국제 이슈를 모두 잃은 것 같이 보였던 나토군이 임무로 복귀했다. 나토는 증강된 공군 정찰 병력과 전쟁 수행 능력을 폴란드와 발틱 지역에서 보여주고 있다. 폴란드는 자발적으로 미국에게 미사일 방어시스템의 신속 파견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 아래 몇몇 유럽연합(EU) 국가들은 국방비 감축 기조에서 돌아서는 것을 고민하고 있으며 중립인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를 새로운 위협으로 간주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한편 나토군과도 긴밀한 공조에 나섰다.

3. 에너지 다변화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에너지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EU 국가들은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와 터키를 거쳐 유럽 남부와 중부로 가스를 들여오기 위해 더 많은 액화천연가스(LPG) 터미널을 건설하고 파이프라인 네트워크를 개선하고 있다.

EU는 석유와 가스 사용량의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중 40%는 우크라이나를 통해 들여온다. 유럽 국가들은 자국 내에 셰일가스가 있는지 탐사하는 한편 환경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원자력발전을 확장해야 한다.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해 유럽 중부에 공급하는 오스트리아 대형 가스수입업체 OMV의 게르하르트 로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산화탄소 배출은 없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다시 말해 잘못된 길인 원자력발전소가 더 지어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4. 중국 요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종종 같은 내용으로 투표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외교적 동맹은 두 가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하나는 유럽에게 퇴짜 맞은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의 파이프라인을 중국으로 돌림으로써 굳건한 에너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경제적으로 약화되고 또 고립된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 유지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중국이 더 거리를 두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어느 방안도 취하지 않고 있다.

5. 미국의 리더십

신흥국의 강성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군비 축소로 인해 약해졌던 미국의 전 세계에 대한 지도자로서의 역할은 부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병력을 철수시켜 아시아에 집중시키는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전략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는 오바마 대통령으로 하여금 미국이 냉전시대에 했던 ‘자유세계의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맡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유럽으로 하여금 미국의 무차별 도·감청에 대해 느꼈던 분노를 순식간에 잊고 미국과 새로운 협력을 하도록 만들었다. 유럽은 지난 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셰일가스를 판매해 줄 것을 당부했으며 유럽과 미국은 양진영 간 자유무역·투자 협정의 신속한 체결에 동의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의 이해관계와 안보적인 도전이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최우선 순위는 여전히 아시아라고 말한다.

6. 독일의 리더십

우크라이나 사태는 유럽에서 독일의 리더십을 강화시켰다. 유로존 위기를 지휘한 독일의 경제력은 이미 유럽 다른 나라들을 압도하고 있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푸틴 대통령의 주요 교섭대상자가 됐다.

초기에 다소 늑장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던 메르켈 총리는 점차 굳건한 위기대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기꺼이 줄이겠다는 독일의 의지는 나머지 EU국가들에게 모범이 됐다. 메르켈 총리는 대선 출마 시 우크라이나의 긴장상태를 더 높일 수 있는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7. 단결된 EU

공동의 적 출현으로 인해 잠시나마 EU가 다시 뭉쳤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EU 지도자들이 오래 된 갈등에서 벗어나는 것을 도왔다.

유럽의회 녹색당의 레베카 함스는 푸틴 대통령을 샤를마뉴상(매년 유럽 국가의 단합과 문화적·정치적 의식의 일치에 공헌한 정치 지도자에게 수여하는 상) 후보에 올리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농담을 하며 “유럽이 새로운 전쟁 위협에 직면하면서 러시아를 향한 공동 전략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일부 EU 외교관들은 그간 유로존 가입에 늑장을 부렸던 폴란드의 움직임이 빨라졌으며 발틱지역 국가들도 유럽의 중심부에서 피난처를 찾고 있다. 폴란드의 유로존 가입은 덴마크를 포함한 대부분의 EU 국가들에 단일 통화 사용 확산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8. 중앙아시아 주도권 다툼

러시아와 서방진영 모두는 그간 인권문제를 덮어주면서까지 에너지가 풍부한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 구애를 보내왔다. 만일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위축된다면 이들 국가는 조금이라도 서방진영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9. 미-러 협동

러시아는 더 큰 국제적인 고립을 피하기 위해 몇몇 지구촌 안보문제에 대해서 미국과 협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리아, 이란, 아프가니스탄, 북한 등 미·러 간의 이견이 있던 지역에서는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 러시아는 S300 대공 방어미사일을 구매하도록 시리아와 이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10. 푸틴의 미래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크림공화국 합병으로 러시아의 자부심을 높인 덕에 최고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사업가치를 잃은 재벌들과 러시아내 외국 투자자본의 유출, 서방의 자산동결과 여행금지 제재 등으로 인한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은 150%의 충성심을 보이고 있지만 6개월만 지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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