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코하람, 나이지리아 모순 먹고 자란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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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의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에 납치된 여학생 수색·구출에 미국·영국·프랑스 등이 앞다퉈 나서고 있다. 국제적 공분은 납치한 270여명의 여학생을 인신매매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보코하람을 향하고 있지만, 보코하람을 키운 토양은 나이지리아의 만연한 부정부패와 외세의 이권개입, 경제적 차별 등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는 한 사태를 풀기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아프리카 최대 인구대국인 나이지리아의 1억6600만명 가운데 약 70%는 하루 1달러 미만의 극빈 생활을 한다. 그런데도 이들의 생필품인 등유값은 ℓ당 140~160나이라(0.85~0.97달러)다. 우리 돈으로 1000원 가까이 한다. 나이지리아가 세계 10위 안팎의 거대 산유국인 데도, 1인당 소득이 2만달러가 넘고 원유를 모두 수입하는 한국의 등유값(ℓ당 약 1330원)과 큰 차이가 없다.

턱없이 높은 등유값은 나이지리아의 만연한 부정부패를 상징한다. 이 나라에서는 서민생활 보조를 위해 등유 1ℓ당 40나이라가 보조금으로 지급된다. 그런데도 주민들이 살인적 연료비에 시달리는 것은 보조금이 대부분 빼돌려지기 때문이다.

석유 수익이 석유 메이저와 집권층에만 돌아가는 현실은 내전을 야기하기도 했다. 석유 산지인 니제르델타를 포함한 남동부는 1967년~1970년 비아프라공화국을 선포하고, 중앙정부와 내전을 치렀다. 이때 100만명의 민간인이 전투와 기아로 사망하는 끔찍한 사태를 겪었다. 

부정부패만이 아니다. 나이지리아는 사하라 사막 이남 ‘블랙 아프리카’의 모든 문제들이 뒤얽힌 종합판이다. 풍부한 자원을 노리는 외국의 개입에 의한 식민과 독재의 잔재, 부족·종교 분쟁, 빈곤이 들끓는다. 

나이지리아는 약 250개 부족과 종족으로 구성됐고, 언어도 500개가 넘는다. 식민 종주국의 영향을 받은 남부는 기독교, 북부는 이슬람이 전파됐다. 인구의 절반 가까운 7500만명이 무슬림이다. 나이지리아는 국민총소득(GNI)의 1%도 교육에 투자하지 못하는데, 전 세계에서 학교를 못가는 어린이의 30~40%가 나이지리아 어린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부의 초등학교 등록율은 남부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이런 사태에서 보코하람이 자라났다. 보코하람의 근거지인 빈곤한 북부지역은 남부 출신 군사독재 정권이 강요하는 서구 문명을 문제의 근원으로 보고 있다. 또 북부는 이슬람법인 샤리아를 통해 가난한 이들의 정의를 추구하겠다고 강조하는 급진 이슬람 개혁의 전통이 오래 뿌리를 내린 곳이다.

‘서구 교육은 죄’라는 뜻인 보코하람이 교육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배경도, 이 지역에서는 빈약하지만 유일한 서구 문명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슬람이 차별 및 빈곤과 결합하면서, 최근의 보코하람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존 캠벨 나이지리아 주재 전 미국 대사는 2011년 ‘보코하람과 싸우려면, 총을 내려놔야 한다’는 <포린어페어즈> 기고문에서 “보코하람을 조직화된 테러단체로 보는 것은 오류다. 보코하람이 국제 테러단체들과 연계한다 할지라도, 오바마 행정부는 반테러 대책을 최우선으로 적용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미국은 13일 납치된 나이지리아 소녀들을 찾기 위해 대테러 전쟁의 주력무기인 무인정찰기를 나이지리아에 파견해 운용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나이지리아에서도 대테러 전쟁에 한발을 담그고 있는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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